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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병님의 서재

미글스 선생은 집으로 돌아가고, 클레넘은 혼자 남았다. 달빛을 평화롭게 받으며 강변을 삼십 분 정도 거닐 즈음에는 가슴에 손을 올려서 장미 다발을 가만히 꺼냈다. 가슴에 댈 수도 있고 입술에 댈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강물 옆에 꾸부리고 앉아서 그것을 가만히 띄워 보냈다는 사실이다. 장미는 창백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달빛을 받으며 강물에 둥둥 떠갔다.
클레넘이 들어오니 집 안은 불빛이 환하고 얼굴마다 불빛이 번뜩여, 클레넘 얼굴에도 쾌활한 기색이 빠르게 어렸다. 그들은 (클레넘 동업자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준비한 건 처음이니)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다, 침실로 가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장미꽃은 창백하면서도 초현실적인 달빛을 받으며 둥둥 떠가듯, 한때 우리네 가슴에 품고 소중하게 간직하던 대상도 우리 곁을 떠나 영원한 바다로 둥둥 떠간다.- P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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