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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병님의 서재

그래서, 클레넘은 죽어가는 불길 앞에 앉아, 자신이 그날 밤까지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슬퍼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날 밤까지 걸어온길에 독을 뿌리지는 않았다. 자신은 지금껏 너무 많은 것을 놓쳐, 인생의 뒤안길을 격려하며 함께 걸어갈 지팡이를 이 나이에 비로소 사방을 둘러보며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클레넘은 활활 타는 모습이 사라지고, 남은 불빛조차 줄어들다 하얀 재로 변해, 먼지로 떨어지는 벽난로 불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도 곧 저렇게 사라지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열매가 맺고 꽃이 피는 생나무를 타고 내려와서 나뭇가지가 모두 시들어 하나씩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어릴 적에 불행하게 억눌릴 때부터, 사랑은 없고 엄격하기만 한가정을 거쳐, 다른 나라로 도망치다 오랜만에 돌아오고, 어머니를 만나고, 오늘 불쌍한 플로라를 만날 때까지, 내가 찾아낸 게 뭐지!"
클레넘이 중얼거렸다. 여기에 대답이라도 하듯, 방문이 살그머니열리면서 들려오는 말에 클레넘은 화들짝 놀랐다.
"작은 도릿이요."- P248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과 나룻배는 그걸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이렇게 설교하는 것 같았다. 젊든 늙든, 열정이 가득하든 차분하든, 불만이 많든 적든, 너희는 늘 강물처럼 흘러라. 가슴이 불협화음으로 가득 부풀어오르게, 그래서 잔물결이 늘 똑같은 가락으로 나룻배 뱃머리에 출렁이게 하라. 해마다 수많은 배가 떠가고 강물이 수없이 흐르고, 여기에 골풀을 저기에 백합을 피우며, 무엇하나 애매하거나 불안한 것 없이 지금도 강물이 꾸준히 흐르는데, 너희는 시간에 쫓겨서 너무나 산만하고 변덕스럽게 사는구나.-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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