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창밖을 내다봤다. 한참 동안 그러고있으면 메마른 공중으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번지다 차츰 운동장을 진하게 물들이곤 했다. "비 온다......." 중얼거리면옆자리 아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고. "뭐야, 진짠줄알았잖아." 심드렁해져서는 이내 난해한 기호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그러고는 영영 보이지 않았다.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면 나았다. 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었다. 흙먼지가 풀썩거리는 마음을. 혼자인 시간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을 잔뜩 두고 한숨만 쉬던 나는 지금쯤 어느 창가를 서성이고 있을까.-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