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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님의 서재
  • 감기
  • 윤성희
  • 12,600원 (10%700)
  • 2007-06-20
  • : 888

맨 처음에는 버스를 잘못 탄 것뿐이었어요.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낯선 곳이었죠. 그래서 내린 곳이 여기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날부터팔년이 지나도록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탈 마음이 생기지 않는거예요. 트림을 크게 한번 한 뒤에 사내는 평상에 누워 잠을 자기시작했다. 할아버지도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았다. 나는 할아버지가 만들던 목각인형을 만져보았다. 눈, 코, 입이 없는 인형의모습이 슬퍼 보였다. 건너편 정거장에 버스가 섰다. 나는 버스를향해 손을 흔들고는 찻길을 건넜다. 지금 버스를 타지 않는다면사내처럼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야 비닐봉지를 평상에 올려놓은 채 그냥 왔다는 사실을깨달았다. 대신 내 손에는 얼굴 없는 목각인형이 쥐어져 있었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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