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사형수들 면담을 다녔어요. 술집에서 패싸움을벌여 회칼로 사람을 죽인 조직의 두목, 부두목, 행동대장 이런 사람들을 면담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무시무시한데 어떻게 만나느냐고들 했는데 저는 무섭기보다 연민의 정이 들었어요. ‘저들도 귀하게 태어났고 선하게 살고 싶었던 적이있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 좀 순한마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시인 구상 선생님한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람들까지 다 품어주고, 기꺼이 주례도 서셨어요. 환속한 사제들 주례를 자꾸 서니까 추기경님이 불편하게 보신다는 말이 들려서, 하루는 제가 "그러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라고 했죠. 구상 선생님이 명답을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우정을 틀 때 장점부터 트지만, 나는 단점부터 틈니다. 좋은 점만 보면 누구인들 친구를 못하겠어요. 손가락질받는 이라 해도 친구가 있어야 살죠. 내가 그 역할을 할겁니다."-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