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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you님의 서재
  • 냉동 인간 이시후
  • 윤영주
  • 12,420원 (10%690)
  • 2025-04-04
  • : 1,660

“인생엔 죽음보다 강한 게 있어. 내가 먼저 죽든 네가 먼저 죽든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게 우리 사이엔 있는 거야. 꼭 기억해 다오. 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걸.” (p.154)

 

『냉동인간 이시후』를 단숨에 읽고 난 후, 마음속 깊이 각인된 문장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말.

너무나 당연한 진리 같지만, 우리는 살다 보면 종종 이 진리를 잊곤 한다. 특히 감정이 요동치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는 꼭 마음속에 새겨야 할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시작은 충격적이다. 불치병 판정을 받은 12살 소년 시후는, 언젠가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냉동보존 상태에 들어간다.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깨어났을 때, 세상은 너무도 달라져 있었다. 공기는 탁해졌고, 사람들은 ‘지구’라는 이름의 구역에 따라 나뉘어 차별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단지 ‘다름’이 아닌, 명백한 ‘차별’이 일상이 된 사회. 시후가 깨어난 세상은 미래라기보다, 우리가 곧 마주할지도 모를 가까운 현실처럼 느껴져 읽는 내내 섬뜩함을 안겨준다.

 

더 안타까운 건 가족의 변화였다. 오랜 냉동보존 기간 동안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과 감정의 소모 속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엄마와 할머니는 이미 세상에 없고, 동생 정후는 40대가 되어 시후를 마주했지만 얼굴엔 웃음이 없다. 아버지는 기억을 잃고 요양 중이다. 시후는 자신으로 인해 가족들이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느끼며 미안함과 자책에 빠진다.

 

하지만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알고 있다. 시후의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 시간을 견뎌낸 것이라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들의 마음은, ‘가족이니까’ 라는 말보다 더 깊고 묵직하게 전해졌다.

이 장면이 이 책의 핵심이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흘러온 사랑, 그 사랑이 얼마나 강하고 단단한 것인지 말이다. 시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묻게 된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 현실의 불평등, 사회적 차별, 인간성 회복이라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초등 고학년이나 청소년들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인 것이다. 감동과 더불어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기 때문이다. 시후의 여정은 누군가의 상상이지만, 우리가 맞이할 미래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의미 있고,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아마도 ‘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말이, 시후의 삶처럼 내 마음 어딘가에도 조용히 얼어붙어 있다가 다시 깨어난 것만 같았기 때문이어서 였을까?...

 

<해당 서평은 창비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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