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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님의 서재
  • 호랑이가 눈뜰 때
  • 이윤하
  • 14,400원 (10%800)
  • 2023-05-30
  • : 1,936

"나는 싸움에 다시 뛰어들기 직전에 생각했다. 강요된 복종이 아니라 자유로이 선택한 충성. 나는 이것을 스스로 배워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내게 자유로운 충성을 가르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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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장편소설 '나인폭스 갬빗'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윤하 작가의 신작을 좋은 기회로 읽어볼 수 있게 되어 기뻤다. 대본집이 처음 왔을 때 생각보다 분량이 좀 있어 읽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초반부터 확 몰입이 되어서 단숨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주황 부족 출신의 호랑이령 '세빈'이 처음으로 자신의 부족을 떠나 우주군에 입대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호랑이령, 구미호, 무당 등과 같은 한국 문화와 신화를 SF 세계관과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초반에 호랑이령 부족이 등장하면서 한복, 함, 청동 거울과 같은 전통적인 물품이 언급될 때, 익숙지 않아 살짝은 어색함을 느꼈지만, 우주군의 생도가 되어 해태호에 탑승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 세계관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감금실에 갇혀있는 주인공 '세빈'의 모습을 보여주어 궁금증을 유발하고, 1, 2장에 걸쳐 주황 부족의 분위기와 사건의 발단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를 엿보게 한다. '세빈'은 해태호에 탑승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각각의 등장인물의 매력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 책은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가족으로부터 강요받은 가치와 스스로 깨달은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평생 주황 부족의 일원으로서 가모장님에게 충성하고, 부족에게 봉사하는 인생을 살도록 강요받은 '세빈'은 자신이 존경해온 '환' 삼촌의 악행을 깨닫고, 이에 대항하여 해태호를 되찾기로 마음먹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행하기 위해서 용맹하게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 호랑이령 부족원으로서의 충성과 봉사를 강조하던 가족들의 모습과 대비되면서 오히려 진정한 호랑이령으로서 성장한 '세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말 부분이 다소 갑작스럽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부족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우주군의 생도로서 선서를 하면서 끝나는 장면이 초반과 이어져서 깔끔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다. 속편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지만, '세빈'과 친구들이 우주군으로서 성장하면서, 도주한 주황 부족과 '세빈'의 갈등을 담은 속편이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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