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고 있는 우리
sun 2023/08/2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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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
- 최은미
- 15,120원 (10%↓
840) - 2023-08-25
: 1,299
우리가 경험한 코로나 시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소설이 있었던가..
우리는 거리두기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2020년 봄에 시작한 코로나19는 2023년 8월 31일이 되어서야 감염병 4급으로 강등됐다. 우리는 최악의 2020년을 경험했다.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가 그 시간을 살아낸 것이 아니라 견녀낸 것이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그 악몽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나리는 나리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이자 자영업자이다. 수미는 중학생 딸을 둔 학원 차량 버스운전기사다.
수미는 기정시의 확진자 67번으로 나리공방의 나리는 밀접접촉자가 된다. 수미는 병원에서 격리생활을 하게되고, 나리는 자가격리생활을 한다. 코로나가 확산될수록 국가는 학교 대신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면서 돌봄의 책임을 가정으로 넘겼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의 무게에서 힘겨워했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건 고립이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화를 체득해왔었다. 그런 우리에게 사회화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마음 속의 우울감을 증폭시켰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소외시킬 수 밖에 없었던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만조 아줌마와 딴산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야기한다. 딴산에 살 던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도 코로나 때문이고, 다시 갇히게 되는 것도 또한 코로나 때문이었다.
이제 그 시대를 견녀낸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알게된다.
손소독제를 짜 넣고서 몇몇이 손바닥을 비비는 소리도 있다. 그건 2020년 봄의 소리다.(59쪽)
종수와 결혼해서 평생 단짝이 되면 나는 지겹고 불편했던 여자들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종수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 내 앞에 펼쳐진 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촘촘한 여자들의 세계다.(151쪽)
수미는 서하를 서하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확장으로 여겼다.(166쪽)
서하와 수미가 그들의 집이 아닌 곳에서, 그들 둘만의 고립 속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서로를 의식했다는 것이, 대면의 시간이 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짧게나마 경유했다는 것이, 그것이 고마웠다.(262쪽)
겨울이 되면서 여자들은 다시 아이들과 함께 집 안에 갇히게 되었다.(268쪽)
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수미가 실감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내 공방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너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 가족 아닌 그이들이 저기 있다고, 수미가 체감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304쪽)
*도서는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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