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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님의 서재
  • 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 13,500원 (10%750)
  • 2022-11-25
  • : 5,954
[크리스마스 타일] 은 김금희 작가의 첫번째 연작 소설이다. 3개의 챕터 속에 7개의 단편 소설이 타일들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12월을 보내는 지금, 어느덧 2022년을 마무리 하며 읽기 좋은 소설이다.
크고 작은 감정의 동요를 마주하지만 그들을 그 곳에 머물게 두진 않는다. 치유를 통해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주인공들의 치유로 나 또한 상실과 시련 속에서 보통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이 연작소설집에 제일 마지막에 실린 [크리스마스에는] 을 가장 먼저 쓰셨다고 한다. 이 소설은 이전에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소설집에 실리기도 했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서 나는 규칙적인 호흡 소리를 느낀다.

P.69 영화를 보다 밖으로 나와도 해는 중천이었고, 그렇게 손잡고 가는 길에 할머니는 인생에 필요한 경계랄까 교훈이랄까 하는 것들을 진지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데이, 이브닝, 나이트」)
P.113~114 그저 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입을 열어 지금과는 다른 숨을 쉬어보고 싶게 하는 사람. 그런데 옥주에 관해서는 과거도 현재도 알지 못해서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 사람.(「월계동(月溪洞) 옥주」)
P.177 ˝아니죠, 당연하지. 인간이 그걸 뭣하러 다 기억했다 맞혀요?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쨌든 견딜 만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하바나 눈사람 클럽」)
P.221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고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소봄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반짝이며 지민의 말이 계속되었다. 소봄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그날의 밤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첫눈으로」)
P.258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마음의 슬픔에 저항해가던 세미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설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둘은 한동안 서로를 살폈다. 괜찮을까, 마음을 주어도 사랑해도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 날 아프게 하지 않을까. 이윽고 먼저 다가와 안긴 것은 세미가 아니라 설기였다.(「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P.305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크리스마스에는」)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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