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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슬아네집
  • 행동하는 예수
  • 김근수
  • 25,200원 (10%1,400)
  • 2014-02-25
  • : 565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녔다. 일요일이면 성당에 있는 커다란 미끄럼틀을 타고 성당마당을 뛰어다니고는 했다. 어른들과  미사를 드리고 나서  같이 집에 돌아오는 길은 늘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다. 철이 들고부터는 살짝 뛰쳐나가고 싶어서 그랬는지 자꾸 이리저리 색안경을 쓰고 보고 삐딱하게 생각하느라 많이 벗어나 살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아예 성당을 멀리했다. 아이를 키운답시고 냉담까지 했다. 그러다 아이에게 어느정도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자 불현듯 나는 다시 성당으로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성당에 관한 추억과 나의 아이들이 내가 가진 추억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다면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아이들도 알아 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성당에 다녀왔다. 그러나, 성당 문을 나서면 이상하게도 나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예전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방금들은 복음말씀이 뭐였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미사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나갈 것이지만 몇 달전 언니의 죽음, 장례미사는 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날 복음말씀은 역시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부님의 강론은 잊을 수가 없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언니와 가족들이 느낄  슬픔에 관한 것이었다.  하느님이 세상에 사람을 보낸데에는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보낸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이웃에게 봉사하며 서로 사랑을 나누라고 보냈다는 말씀이었다.  언니의 죽음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거의 실신에 가까운 엄마를 보듬기에 바빴던 내게 인간과 삶, 죽음에 의미가 한순간에 정리가 되었다. 바로 예수님의 말씀 아닌가. 늘 들었지만 잊고 살아왔던 그 말씀

 

   신약성서의 첫 복음인 마태오복음을 해방신학을 공부한 저자의 강한 어조를 담은 <행동하는예수>(2014. 2  매디치미디어)를 펼치고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저자의 약력을 죽 따라가다가 그가 카톨릭대학을 다니가 유학을 떠나 해방신학을 공부했다는 점에 이르러서야 조금 들뜨게 만들던 마지막 단락이 수그러 들게 되었다.

 

   마태오 복음을 성경을 그대로  읽기 평이하게 다시 읽게 하고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를 예로 들어 다시 해석하고 마지막의 저자의 날선 비판이 곁들여진 구성이다. 몇장, 몇절인 간단한 성경구절이 800p로 늘어나 있지만 결코 넘볼 수 없을 것 같은  부담은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묵상을 하고 읽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저자는 예수에 집중하라고 외친다. 성경은 사실 어떠한 시각으로 읽느냐가 중요한데 각자가 가진 생각으로 해석하고 강조하다보면 정작 예수를 지나치게 되고 결국은 전혀 다른 의미만 남게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을 가까이 하여 그 길을 걷는 길이 바로 하느님을 찾아 가는 길이자 쉽지 않은 가르침이 바로 행동하는 예수의 주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예수님 다음의 단어는 가난한 사람일 수 있다.

 

   p 436

 

    갈등에서 저항으로, 저항에서 해방으로 가는 길을 예수는 걸으셨다. 세상의 고통을 없애기 위한 저항의 길이다. 성서를 배운다는 것은 그런 예수의 길을 배우는 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숲안에서는 숲이 안보이는 법. 내가 가진 종교를 떠나 재해석된 복음말씀을 읽는 것도 신앙생활에 가질 수 있는  고정된 관점을 깨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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