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사람들 속 지우지 않는 사람들
juhye 2025/12/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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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dure
- 백인희
- 15,300원 (10%↓
850) - 2025-08-19
: 365
기억을 다루는 기업 Re:MEM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다. 백소연, 정유현, 도준혁이 만든 이 기업은 기억을 삭제하고 정제시키는 곳이다. 기억을 지웠다가 보관하고 가공하여 누군가의 머릿속에 심기도 한다. 비윤리적이게도.
2045년, 과하게 공감하게 되는 바이러스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이 시대에는 꼭 필요한 대책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누군가의 기억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키기 위해 지웠고, 관리하지 못했고, 그걸 이용해 누군가는 돈을 벌었다. 지운 기억 빈공간에 감정이 남았다. 끔찍하게도 무섭고 슬프다. 백소연의 딸 김세현은 어린시절 기억이 별로 없다. 어렸으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 강아지를 괴롭히는 장면을 보고 무언가 떠오른다. 감정도 남아있다. 기억 보존자의 길을 선택했지만 자꾸 느껴지는 빈틈 때문에 당황스럽고 힘들었을 거다. 떠오르는 기억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어른이 되었다. 백소연이 걱정하던 어린이가 더이상 아니다. 그렇게 성장했다.
지난 기억의 색은 살짝 노란빛이 도는 파스텔톤이라고 늘 생각했다. 이 책 표지가 딱 그러했다. 노란 물감 한 방울 톡! 떨어뜨린 듯한 아이보리. 그 위에 적힌 'Endure'라는 글자.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지만 책을 다 읽어보기 전까지는 찾아보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고집을 부렸다.
책을 다읽고 난 지금 찾아본 'Endure'의 뜻,
참다. 인내하다. 오래가다. 지속되다.
기억을 지운다고 감정까지 지워지지 않고, 기억을 덮어 씌운다고 그 감정까지 느껴지지 않는다. 빈 공간은 계속 존재한다. 그래서 책 표지도 빈 공간이 느껴지는 걸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면 색이 연해지고 견디다보면 단단해진다. 굳은 살처럼. 그러면 사람도 Re:MEM도 더 건강하게 오래가고 지속될 수 있다. 기억을 지우는 시대에 기억을 품는 법을 배워가는 김세현이 가능하게 할거다.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써 힘든 기억을 이겨낸 김세현이 내 아이처럼 느껴져서 응원하게 된다. 피하지 않고 이겨내는 그렇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울림이 있다. 우리 아이도 힘든 일에 피하지 않고 잘 이겨내는 견뎌내는 현실 김세현이 되길, 'Endure' 하기를. 아이가 나중에 이 책을 읽고 같은 마음을 느끼길 바란다.
@polarbear85baekgom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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