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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lucius님의 서재
  • 보태니컬 다이어리
  • 시바타 미치코
  • 19,800원 (10%1,100)
  • 2025-06-05
  • : 275

나는 1월부터 3월까지 보태니컬아트를 배우러 도서관에 다녔다. 다른 분들은 모두 그림을 배운 적이 있으신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으신지 하나같이 잘 그리시는 반면 나의 것은 너무 형편없었다.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보니 막막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내가 결석 없이 꼬박꼬박 수업에 나간 건 패널티 문제도 그렇지만 선생님의 조언 때문이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주변에 잘하는 사람들만 봐서 그렇다고. 만일 “다들 너무 잘하는데 저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수강생 전체한테 지적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나와 연배가 조금 비슷해 보일 정도였지만 지혜가 많은 분이셨다(그리고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어 매우 반가웠다). 수업은 8주 과정이어서 매우 빡빡하고 어려웠지만 지루한 줄을 몰랐다. 덕분에 나도 마지막 시간에 커다란 솔방울을 두 개나 그려서 완성해냈다. 이후에도 선생님의 수업을 쭉 듣고 싶었지만 나의 일정이 수요일에 많이 겹치는 관계로, 대신에 다른 수업 두 개를 신청하였다. 다른 수업도 모두 다 좋았다는 건 굳이 이 자리에서 설명하지 않겠다.

보태니컬아트 관련 서적이 집에 있기는 한데, 초보인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공동체 활동이다 뭐다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이 없다보니 그림에 집중할 수도 없어서 여태까지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다. 보태니컬아트는 특히 식물을 그리는 일이므로 근처에 식물이 없는 것도 변명이라면 변명이고.

『보태니컬 다이어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저마다의 계절이 담긴 식물을 그려내고 있다. 잎사귀를 그리는 방법, 꽃의 구조, 채색하는 법 같은 중요한 사항들이 매우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보태니컬 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다. 특히 매번 챕터가 끝날 때마다 있는 QnA 코너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여담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모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풍요롭고 아무 어려움도 없어 보이는데 나는 너무나 정반대라는 것이 좀 걸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태니컬아트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잘 못 그려도 계속 그리다보면 언젠가 내 작은 오솔길 하나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솔직히 늘 남의 비위에 맞추려 하고 남의 기준을 따라가려고 발악했던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림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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