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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lucius님의 서재
  • 오상의 비오 신부
  • 존 A. 슈그 엮음
  • 22,500원 (10%1,250)
  • 2025-02-28
  • : 275

저에게는 몇 년 전부터 끊지 못하고 있는 습성이 하나 있습니다. 이 습성은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부터 견진까지 받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몇 년째 같은 죄악으로 고해성사를 보고 많이 줄어들었지만 좀처럼 없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더럽고 한심한 존재라는 것을 늘 깨닫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로 고해실에서 혼나거나 호통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만일 호통을 들었다고 해서 나아질 것 같으면 진작 나았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들어 온 이야기에 따르면, 오상의 비오 신부님께서는 같은 죄를 반복할 시 사죄경을 주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죄에 물든 사람들에게 호통과 질책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하느님께로 되돌아오게 만들려는 의도였습니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신비로운 분이셨지만 고해성사 때는 그 누구보다 엄격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신부님의 몸에 난 오상(五傷)이라는 기적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오상에서 흘러나온 피는 사람들을 치유하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저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죽거나 사고가 난다거나 하는 경우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부님의 상처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신부님은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이 곤두섰지만 밖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 신부님은 오상과 더불어 사람들의 미래까지 알 수 있는 지혜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신부님과 관련된 기적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성직자, 수도자, 의료인, 또는 일반적인 평민들에게도 비오 신부님의 기적이 전해졌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신분 고하에 따른 차별이 없이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고 따뜻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죄악에 물들어 신부님의 호통을 들었던 이들도 저마다의 속죄를 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그런 이들에게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했답니다.

저는 요즘 두렵고 괴로운 마음 때문에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니트청년이라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오롯이 혼자입니다. 18년 동안 따돌림을 당해 우울과 불안지수가 높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같은 죄를 반복하곤 합니다. 신앙생활하면서 고립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지만 저는 어쩌다 보니 고립되어버렸습니다. 비오 신부님이 저 같은 사람을 보셨다면 가감 없이 호통을 치셨겠지요.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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