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데레사 성녀는 작은 길의 영성으로 유명합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큰 꿈, 야망, 위대한 업적 같은 개념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보통 우리는 큰 목표를 정해두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40을 바라봐야 하는 나이인데도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우울증/조울증이 심해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게 마치 큰 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위대한 업적은 우리가 세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과의 따뜻한 포옹, 그분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우리에게 필요할 따름입니다. 예수님은 스펙의 유무, 신분의 고하 같은 것들을 일절 고려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과 함께하시고 끝자리를 선택하시는 분입니다. 성녀는 그런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성녀에게 삶은 기쁨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길은 가장 쉽지만 결코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넓고 큰 길, 높은 자리를 선택하려 하지 좁은 오솔길, 낮은 자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왠지 모르게 넓은 문과 좁은 문의 비유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실력과 강한 리더십을 포함해 처세술과 인성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노력만으로 모두 가질 수 없습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위대한 업적이나 고귀한 신분으로 성인품이나 교회 학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남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저는 저만의 좁은 길을 걷고자 합니다. 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높은 자리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끝자리를 선택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