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1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내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많았는데, 특히 눈의 모양이 달랐다. 어릴 때 질병을 앓으면서 사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곧 병원이나 집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친구 사귀는 법도 알지 못했다. 친구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내치는 대로 내처지고, 때리는 대로 맞는 게 내 몫이었다.
학교에서도 늘 미움을 받았으며, 화장실을 제 시간에 가지 못할 때마다 오줌을 지려 반 전체의 조롱거리가 되었다(초등학교 4학년까지). 선생님도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내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거라며 따돌림을 당하는 게 아니라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는 누가 봐도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업 시간에 뒤에서 찌르기, 쓰레기 면전에 집어던지기, 고함을 치며 발길질하기, 침 뱉기, 머리 때리기, 책걸상 뒤엎고 모른 체 하기, 내 자리에 쓰레기 및 각종 잡것들 모아두기, 듣기 싫은 별명으로 놀리기, 아무도 함께하려 하지 않기, 놀아주는 척 하면서 내치기, 책에 낙서하고 필통 망가뜨리기, 실내화가방 통째로 변기에 담그기 등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따돌림의 강도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가방에 낙서하기, 가방 찢기, 책에 낙서하기, 우유 밑에 쌍욕 적거나 우유팩에 구멍 내기, 왕따라고 선포하기, 앞에 앉혀놓고 “근본이 악한 년”이라고 험담하기, 빨강색으로 책에 낙서하기, 빤히 쳐다보기, 내 자리에서 자기들끼리 빵 뜯어먹고 안 치우기 등 초등학교 때 당한 내용과 합쳐서 있었다.
나는 늘 죽음을 생각했다. 대학교 때도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 나의 불안 지수는 높았다. 아무도 나 같은 사람과 교제하려 하지 않았으며, 내게는 누구와도 교제할 자격이 없고 평생 미움만 받고 살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게 서른을 훌쩍 넘어서도 인간관계를 온전히 맺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나의 왕따 당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내려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란다. 나에게도 사회성 부족 같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왕따를 당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나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은 정작 제3자가 “왜 쟤를 괴롭혀?”라고 했을 때 아무 말도 못 했기 때문이다. 혹은 “재수 없어서.” “재미있어서.”라고도 했지만.
나는 나를 따돌리고 짓밟고 정신과까지 다니게 한 이들이 내가 당한 짓 그대로 돌려받기를 바라 왔다. 왕따 피해자의 복수극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았지만 말이다. 실제로 내게 가해한 이들은 하나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좋은 대학 나오고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스스로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치유 방법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따돌림을 당해 왔기 때문에 용서나 화해 같은 단어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안다. 나도 성인이고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는 것도. 내가 지금까지 과거에 갇혀 있다는 것도.
나의 학창 시절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아직도 이야기가 많이 필요하고, 공감도 많이 필요하다. 나는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다. 서른이 넘은 주제에 너무 유치하고 어이없을 수 있겠지만. 잊히지 않고 잊으려 할 때마다 떠오르는 옛 생각을 하고 있으면 에너지가 금방 소모된다. 잊으라는 말 대신 공감을 해 주면 좋을 텐데.
츨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