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림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림 시기는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저도 새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년 다이어리도 구입하고 달력도 구입했습니다. 달력은 원래 성당에 가면 주는데 제가 냉담 중이라 차마 성당에 발걸음 할 수 없어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성당에 가는 일이 즐겁던 시절이 한때 있었지만 요즘은 신앙생활 자체에 스트레스와 환멸을 느끼는 중입니다.
이런 저에게 서평을 쓸 기회를 주신 출판사 담당님께 감사합니다. 저 말고도 글 잘 쓰고 신앙심 깊은 분들도 많았을 텐데 저 같은 사람이 선정되어 죄송합니다. 저는 저를 선정해 주신 분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저보다 신앙심 깊고 글 잘 쓰는 분들을 대신해서 더 열심히 읽고 서평을 쓰겠습니다. 저에게 서평을 쓰는 일은 엄연히 주님께서 주셨음을 확신하며 쓰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저는 대림 시기만 되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기쁩니다. 단지 아기 예수님을 기다린다는 막연한 표현이 아니라 나의 지난해는 어땠고, 다가오는 새해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해는 늘 아쉽습니다. 당시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해도 뭐가 부족한지 늘 아쉽기만 합니다. 반면 새해는 늘 희망적입니다. 얼마든지 지난해를 만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당에 나갈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주님과 대화합니다. 성당에 다닐 적에는 사람들에게 휩쓸려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따라다니기 바빠 주님을 등한시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성당을 직장처럼 다닌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 저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사람들을 따라가야 주님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의무감과 중압감으로 다가와 저를 괴롭힙니다.
성당에 안 나간 지 약 3개월이 넘었는데, 연락이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딱히 연락이 와도 받아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얼마 전 대리조배를 해달라는 연락이 왔는데 성당도 안 나가는 터라 거절했습니다. 지금은 딱히 성당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사실 주일미사 빠지면 대죄라는 것, 영성체를 못 한다는 것, 벌금을 내야 하는 것 이런 이유만으로 성당에 나갔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것이 귀찮아졌습니다.
지난해 대림·성탄 시기에 제가 소원으로 적은 내용은 ‘하느님과 더 많이 가까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올해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건 많지만 하느님을 앞세우지 않고서는 모든 일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저는 정말로 하느님과 더 많이 가까워졌을까요? 답은 하느님만이 알고 계실 겁니다. ‘마리아의 노래’에서 보았듯 비천하고 가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주님을 더 많이 사랑하는 다음 해가 되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