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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무
  • 의도적인 무시죠  2020-10-09 06:16  좋아요  l (1)  l  l 수정  l 삭제
  • 아마 김홍경의 『노자』관에 의존하고 있을 겁니다. 예전에 임건순이 김홍경의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김홍경이 바로 초간본의 존재를 알면서도 『노자』가 진(秦)대에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거든요. 그에 의하면 초간본은 『도덕경』이나 『덕도경』의 체제가 아니라 형성 중의 과도기적 자료이기 때문에 아직 완정한 『노자』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홍경 책 서문을 읽어보면 압니다. 그런데 그렇게 치면 『덕도경』도 『도덕경』에 이르기 전의 과도기적 자료라고 할 수 있고, 완정한 『노자』의 기준을 누가 정했고 어디서 합의했느냐는 의문을 던질 수도 있는 거거든요. 이 외로도 그의 설을 살펴보면 여기저기서 문제가 많이 노출됩니다. 여러 가지로 근거가 부족한 관점이죠.

    아마 임건순은 자기가 좋아하는 병법(『손자』)을 띄우고 싶은 속내가 강한 탓에 그렇게 『노자』를 뒷 시대로 빼는 학설을 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문헌학적 문제에 대해 『노자』에 제기하는 딴지를 다른 문헌에는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고 ‘슬쩍‘ 지나쳐 버린다는 겁니다. 님이 캡쳐하신 글만 봐도, 『노자』에 적용하는 텍스트비평의 잣대를 『순자』에는 적용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체제의 『순자』가 과연 전국시대 말에 이루어졌을까요? 문헌고증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함부로 그렇게 말하지 못합니다.

    글을 가만히 보면, 주장에 근거를 뒷받침하고 논리를 일관되게 잡아 가는 기본적 자세가 안 되어 있어요. 그냥 일방적인 주장이 대부분인데, 이런 건 에세이집이라 할 수는 있어도 학술적인 저서로 쳐줄 수는 없죠. 저자는 이걸 ‘통찰력‘이라는 허울로 포장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학문을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챕니다. 근거를 갖추어서 논지를 전개할 형편이 못 되기 때문에 그렇게 포장한다는 것을. 무슨 불의를 참지 못한다 어쩐다 하기 전에 자기나 정직하게 글쓰는 자세를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SNS상에 휘날리는 사회비판은 대체로 훌륭하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술의 문제점이 덮이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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