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닿아 관심있었던 시각디자인을 공짜로 배우게 됐다. 그것도 벌써 5개월 째다. 나는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지금의 학원들은 학교보다 더 학생의 취업률에 신경쓴다. 취업률이 높은 학원으로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지원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 이를 악물고 배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 역시 어느새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밥벌어먹기 힘든 학과를 나와서 변변한 기술도 없는 나는 어쩌면 여기서 배운 기술로 취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간혹 들때마다, 그리고 선생이 그러한 압박을 주고 내가 열심히 만든 작품을 평가할 때마다 편두통이 몰려온다. 별별 생각을 다하다가 끔찍한 상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디가 콱 부러져버리면 몇 개월 더 유예를 얻을 수 있을텐데.... 스스로 생각해도 참 한심하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청춘을 방기할 용기가.
뇌에서 생각들이 주저리주저리 자리를 못잡고 뒤섞인다. 젠장. 나는 스트레스에 이다지도 약한 인간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