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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둘님의 서재
  • [세트] 페르세폴리스 1~2 세트 - 전2권
  • 마르잔 사트라피
  • 19,800원 (10%1,100)
  • 2005-10-05
  • : 589

1979년, 겨우 10살 때 이란혁명을 겪은 후부터 강제로 차도르(무슬림 여성들이 쓰는 검은 베일)를 쓰고 다니게 된 마르잔. 그런데 이 아가씨 왈가닥은 물론이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사회에 반항적이다. 거짓말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맞서고, 집에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고, 이란사람에 대한 편견을 수군거리는 서양 수녀들에게 창녀라고 받아치고, 무종교에, 프랑스에 유학을 가서는 마약과 환락에 절어 살다가 비관자살까지 시도했다가 고국에 돌아와서는 남자친구와 섹스를 한다는 사실을 이란 친구들에게 말한다.(이슬람권에서는 부부가 아니면 거리에서 남녀가 손만 잡아도 잡아간다는데 그런 소릴 들으면 어떻겠는가.)


이 아가씨 성격에는 집안내력도 한 몫 하는데, 그녀의 증조할아버지는 이란혁명으로 사라진 왕조의 왕자 중 한명이고, 삼촌은 반정부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으로 몰려 처형당했다. 부모님은 부르주아 지식인이다. 이래도 반정부주의자가 안되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10살 때 이란혁명을 겪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다. 의미없는 죽음들. 그것도 영국, 미국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에게(CIA가 이란의 석유를 국유화한 총리를 암살했다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정부를 위해서....


이란 정부는 전쟁에 동원된 소년들에게 조악하게 만든 열쇠를 하나씩 줬다고 한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가르쳤단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일부 부모들은 그렇게 죽은 아들들을 순교자라고 자랑스러워했다는 것.


숨이 막힐 것 같은 탄압과 통제. 여자는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도 안 되고 길에서 뛰어도 안 된다. ‘적나라’해서 강간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이런 나라를 못 견딘 많은 이란인들이 조국을 떠났고, 그보다 용기 있는 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하고 있다. 읽을수록 독재시절 한국이 생각났다. 이곳은 종교까지 얽혀있으니 더 맹목적이고 심하겠지.


인종은 달라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데도 나 역시 단편적으로 접한 기사와 간접광고들에 의해 이 지역사람들에 대해 ‘위험하다’아니면 ‘불쌍하다’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반성한다. 아예 모르는 것보다 이렇게 어설픈 편견을 가진 것이 더 위험하다.


끝으로 이 아가씨 너무 당당하고 발랑 까져서(도대체가 이란 여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담배에 프리섹스라니!)조금 재수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나는 이런 사회에서 절대 이 사람만큼 용기를 내고 당당히 살 자신은 없어 솔직히 질투가 났다. 아마도 질투가 나서 재수 없게 느껴진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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