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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둘님의 서재
  • 떠남
  • 앨리스 먼로
  • 8,550원 (10%470)
  • 2006-01-03
  • : 224

책을 읽으면서 아주 낯설고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단편 '떠남'을 읽었을 때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서 나한텐 너무 어려운 건가?"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단지 내게 익숙한 소설과는 쓰여진 방식이 다르다는걸 느꼈다.


나는(그리고 대체로 우리는) 잘 짜인 서사에 익숙하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의미심장한 복선과 놀라운 반전이 존재하며 강렬한 영화같은 소설. 혹은 차라리 B급을 지향하는 독특한 이야기에 익숙하다. 그런데 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소설'보다는 차라리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삶에서 마주치는 우연과 방황, 살아간다는 것의 불안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다. 대학교 때 수필을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 아직 에세이 문학을 보내주시는데, 거기에 실린 글에서 맡던 냄새를 이 책에서 맡았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재주다. 픽션을 논픽션처럼 쓰다니. 그러니까 내가 처음 느낀 낯섦과 불편함은 소설적 장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아쉬웠던 점은 소설이 대체로 잔잔하다는 것과 번역자의 실력이 미흡하다는 점. 내가 느낀 불편함의 상당부분은 어색한 번역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어쨌든 기회가 된다면 최근에 나온 그녀의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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