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를 키우며 함께 자라고 깨우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아이의 생각과 시선들, 표현하는 모든 것들에 놀라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 신선함과 해맑음이 나를 웃게도, 울게도 하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난 동심을 사랑한다. 아이를 사랑한다.
허니에듀를 만나 읽고 싶었던 신간 책들이 여러 권 있었으나 과연 잘 할 수 있겠어..할까?말까? 주춤하던 찰나 딸아이의 마음은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엄마의 욕심에 북클럽을 시작하며 받는 책들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요즘 재미있어하며 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찾아하는 모습을 보니 흐믓하면서도 나도 뭔가 해야겠다란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첫 서평신청을 했다.
우와~ 일이 생겼다. 당첨자 명단에 따~악 붙었네! 붙었어! 큰 상을 받은 기분! 룰루랄라~
레츠가 우리집에 오던 날. 아이에게 자랑하며 신났었다는...그런데 엄마도 이거 읽고 숙제해야 된다고 했더니 딸아이가 더 신나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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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는 대단해]
글 : 히코 다나카 / 그림 : 요시타케 신스케 / 옮김 : 고향옥
주니어RHK | 2018년 8월 20일 출간
148 * 193 mm (양장본) /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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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발랄 귀여운 레츠! 참 사랑스러운 아이다.
첫 번째 이야기 레츠가 다섯 살 때 만난 고양이를 주요 소재로 한 [레츠와 고양이]에 이은 여섯 살, 여섯 살 반 때의 레츠의 두번째 이야기 [레츠는 대단해] 일곱 살 레츠가 여섯 살 때를 떠올리며 이것은 옛날 옛날, 조금 먼 옛날! 이라 한다. 고작 1년 전인데? 레츠의 표현이 너무 귀여워서였을까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새로운 책을 보고 있으니 다섯 살 둘째가 궁금했나보다. 옆에 착~ 앉더니
"엄마, 이거 색칠책이네. 맞지?"
"그건 아니고 그림책이야."
다음 장 그 다음 장도 넘겨보더니 한 마디 툭~
"그 봐! 색칠책 맞네."
"흥~칫뿡~"날려주고는 방으로 가버렸다.
화려한 채색의 그림책은 아니지만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모습이 마음에 콕 박힌다.
레츠의 마음이 너무도 잘 보여서 둘째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옛날 옛날 조금 먼 옛날 레츠에게 발판이 생겼다. 그런데 발판 이름이 바퀴벌레란다. 바퀴벌레? 그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바퀴벌레가 뭐다냐?라고 생각하며 참 엉뚱한 꼬마구나싶었다. 그런데 나보다 똑똑해~~바퀴벌레가 장수풍뎅이 암컷과 닮았다니 관찰력이 대단한 아이다.
으아아아악! 바퀴벌레다. 바퀴벌레 출몰에 엄마,아빠가 난리도 아니다. 레츠도 잡아보려했지만 엄마에게 혼만 나고 바퀴벌레는 너무 빨라 잡지 못하니 늘 속상하다. 발판의 이름이 바퀴벌레인 이유를 보니 미소를 짓게 한다. 기특한 녀석..엄마,아빠 기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니..그런데 엄마,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아이고, 속상해..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다.
여섯 살 반이 된 레츠는 바퀴벌레에 올라가지 않아도 세면대 거울에 눈이 보였다. 발판에 올라가지 않고도 거울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으으으으으~늘어난다. 몸이 늘어난다. 생각했지만 엄마는 똑같단다.
어른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레츠에겐 감격할 만큼 대단한 일인데 아무도 몰라주고 자꾸만 속상해지는 레츠! 우리집에도 레츠가 살고 있다. 마음에 차지않아 토라진 둘째아이가 레츠와 닮았다. 본심과 다른 엉뚱한 말들로 간혹 오해가 생겨 혼나고는 눈물 쏙 뺀 일들이 생각나서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니 부끄럽기까지..
레츠가 왜 대단할까?
레츠는 윙크를 잘 하게 되면서 눈이 한 쪽만 감겨 반쪽만 잠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퀴벌레에서 내려오면 보이는 것들이 올라서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대단한 발견은 레츠를 설레게 했을 것이다. 기쁜 마음에 엄마아빠께 가르쳐 주기 전까지는..
엄마아빠는 보지 못 했지만 난 볼 수 있었던 것. 수도꼭지와 세면대 사이의 물떼가 그랬고 책상 밑에 쌓인 먼지와 가스레인지 밑에 잔뜩 숨어있는 갈색 콩나물이 그랬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나도 어른이다보니 잊어버리자! 이 한 마디가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얼마 전 둘째 아이와 길을 가는데 아이가 "엄마 누가 쓰레기를 여기에다 버렸대?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하며 소세지 비닐과 빈 깡통을 줍는 게 아니겠는가! "지지..지저분해. 그냥 나둬" 하고는 다시 내려놓게 하고는 가는 내내 레츠가 생각나서 마음이 찔렸다. 어린이집에서든 책에서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을 뿐인데 잊어버리란 말과 다를 게 없었다. 어른이 되면서 알고는 있지만 편리한대로 변해버린 것들이 참 많다. 아이들에게 하지말라 하면서도 어른들은 아무렇지않게 해 버리는 것들..
내 마음이 창피해서 쥐구멍 속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 둘째아이가 다시 주워 담은 쓰레기 덕분에 해방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
레츠는 이제 일곱살!
키가 자랐다. 냉장고 문을 열 수 있고 엘리베이터 18층 단추를 누를 수 있다. 이젠 손가락으로 셋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점점 더 키는 커질 것을 알고 있다.
역시 대단하다.
바퀴벌레에서 내려와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 기쁜 걸까, 기쁘지 않은 걸까?
우리집 레츠는 기쁘지않아! 소리치고는 유유히 사라지고 나 또한 그 옛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던 친구들이 이해가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왜 였을까? 어른이 되기 싫었던 이유.. 마냥 신나게 뛰어놀며 천진난만 했던 그 시절을 놓치기 싫어서였을거다.
그래 나도 기쁘지 않아! 너무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아쉽거든. 그래서인지 마지막 레츠의 모습에 아쉬움이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