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렐 차페크의 영국 여행기다.
나는 카렐 차페크의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의 유명한 저서 '정원가의 열두 달'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카렐 차페크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들에는 위트가 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체코 사람인 카렐 차페크는 영국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은 펼치는 순간 나를 100년 전 영국으로 향하는 배 안으로 나를 이동시켰다.
역시 100년 전에는 유럽에서 배를 타고 영국으로 이동했구나 하며
마치 바다의 짠 냄새와 습기가 나에게 와닿는 듯..
그리고 카렐 차페크 씨와 함께 갑판에 서서
곧 도착할 영국이라는 섬이 어떤 곳일지에 대해 각자 상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목가적인 사람인 카렐 차페크는 영국의 산업화된 모습에 적잖이 놀라고 실망한 듯 보였다.
자신이 겪은 일들, 관찰한 것들을 책 속에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지하철을 탄 느낌을 적은 부분은 너무 웃겼다.
'열차는 몹시 퀴퀴하고 후덥지근 했는데 틀림없이 지옥과 가까워서 그랬을 겁니다.'
읽으며 쿡쿡 웃기기도 하고,
흙을 밟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현재의 우리들도 대부분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그가 영국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나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느끼는 거구나 하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
사실 카렐 차페크가 살다간 세월은 짧다.
나치가 점령하던 그 시절 유럽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유머를 잃지 않고 세상을 사랑하다 간 카렐 차페크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라는 섬나라 특유의 분위기와
그 시대 영국의 느낌을 여행자의 시점에서 풀어낸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