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님과는 상관없는 단어인듯한 제목이다.
허송세월이라니 ㅜㅜ
보자마자 나는 내심 매우 찔렸다.
안 그래도 요즘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심히 무력하고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옥같은 작품들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신 김훈 작가님 선생님.
나는 김훈 작가님이라고도 부르고 선생님이라고도 부른다.
가끔은 이렇게 작가님 선생님을 한 번에 말하기도 한다.
작가님은 나를 아실 리가 없겠지만, 이번 책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책으로 만나면 작가님과 나는 1:1의 만남을 가지게 되는 셈이니
과하게 넘쳐흐르는 나의 내적 친밀감을 자중할 도리가 없다.
이 책의 내용들 초반에는 작가님의 (비교적) 최신 근황들을 알 수 있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노년의 일상이 보여서
나의 마음도 잔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중반부 넘어가면서부터는 역시나
잘 벼른 칼날 같은 내용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지금 우리는 괜찮은가.. 하는 물음을 자꾸 던지게 된다.
사실 나는, 우리는.. 이 세상은 괜찮지 않다.
현재에 순응하지 말고,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고 현명하게 나아가길..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풍경이 있었다.
일산 호수공원 어느 벤치에 앉아계신 작가님이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연을 관찰하며 해바라기하는 모습.
마치 펄 벅의 대지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나이 든 왕릉이 마당의 어느 귀퉁이에 앉아
햇살을 받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주변인의 부고를 자주 받고 있다는 작가님.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