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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알갱이들
  • 황보나
  • 14,400원 (10%↓800)
  • 2026-09-10
  • : 87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말인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흠칫 놀라게 되네요.

죽고 싶다는 말, 힘들 때마다 한숨처럼 터져나오는 그 말을 이젠 그냥 넘길 수 없을 것 같아요.

작은 알갱이 하나라도 목에 걸리면 켁켁, 사레가 들리면 빼내기 전까지는 계속 고통스럽고 힘들잖아요. 근데 마음 속에 박힌 알갱이들은 남들 모르게 꽁꽁 숨겨버리니까, 본인은 숨이 막힐 지경인데 아무도 그걸 알 길이 없는 거예요.

그 알갱이들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뭐라도 꼭 할 테니까, 내 앞에서는 숨기지 말라고.

황보나 작가의 장편소설 《알갱이들》은 제6회 박지리문학상 수장작이라고 하네요.

사실 '박지리문학상'의 존재를 이번에 알게 됐는데, 공모전은 제6회(2025년)를 끝으로 종료되었다고 하네요. 박지리문학상은 한국 문단의 천재 작가로 평가받는 고(故) 박지리 작가(1985~2016)의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글쓰기로 인간 본질과 우리 사회를 깊이 천착해 한국 문단에 독보적 발자취를 남긴 작가의 뜻을 잇기 위해 사계절출판사가 2020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라고 하네요. 스물다섯 살에 첫 작품 <합체>를 세상에 내놓고 서른한 살에 마지막 작품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출간한 지 불과 8일 뒤에 세상을 떠난 박지리 작가, 그의 존재와 작품을 그의 이름이 붙은 문학상 수상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니, 뭔가 싱숭생숭 묘한 기분이 들었네요. 박지리 작가는 데뷔작 <합체>로 2010년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는데, 이때 심사를 맡은 작가들이 "이미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심사평을 대신했다고 하네요. 2014년 박지리 작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은 가져본 적이 없고 2G폰을 쓰지만 전화를 잘 받지 않을뿐더러 컴퓨터도 일하는 기간 빼면 이메일도 잘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작가라기보다는 백수로 생각한다면서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알갱이들》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 현비는 단짝 친구였던 정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수시로 찾아오는 정미의 친언니 유미, 전학 간 학교에서 새로 사귄 하나뿐인 친구 소윤, 그리고 소윤을 끊임없이 때리고 괴롭히는 김라희, 심하게 간섭하는 할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편하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네요. 정미는 죽기 세 시간 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현비와 편의점에 갔고, 삼각김밥을 먹었어요. 굳이 다른점을 찾자면 둘 다 좋아하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이 딱 하나 남아 있었는데, 정미가 먼저 양보했다는 거예요. 현비 입장에선 특별날 게 없는 것이 그전에는 자기가 훨씬 더 많이 양보했으니까,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그날도 정미에게 줬을 거예요. 어찌됐든 정미는 떠났고, 남겨진 사람들은 정미가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네요. 남겨진 이들이 감당해야 할 감정들이 여기저기 알갱이들처럼 흩어져 콕콕 찔러대고 있네요. 겉으로 표현하진 못해도, 슬프고 아프고 그리워한다는 걸, 그 마음을 안아주고 싶네요.


"··· 내가 침대에서 먹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뭐라도 흘리는 게 싫은 것이므로 나는 흘리지 않으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알갱이,

그러니까 밥에 붙은 깨 같은 것이 떨어질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말하면 ○○○는 얼굴을 구기며 소리치겠지.

그러니까 애초에 먹지를 말라고! 

그래도 먹고 싶은 걸 어떻게 해."

(16p)


"안쪽 벽을 이루고 있던 오돌토돌한 알갱이들이 부서지듯 흘러내렸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아가는 내 걸음걸음마다 알갱이들이 푸수수

나풀거리듯 떨어지고 그 안에서 나부꼈다.

치를 떠는 것처럼."

(24p)


"나도 알맹이는 아닌 것 같아. 그냥 알갱이."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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