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하던 때가 있었네요.
어쩐지 아닌 것 같아서, 존재의 이유를 찾아야 했네요. 그리고 마침내...
아사쿠라 히로카게의 장편소설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참으로 묘한 이야기네요.
청소 일을 하며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치워야 하는 남자와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으듯이 끊임없이 쓰레기를 주워 모아야 안심하는 여자가 있네요.
101호에 사는 남자 아사히는 더러운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취업도 공무원 시험도 떨어진 상태라서 어쩔 수 없이 민간 청소업체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네요. 더러운 쓰레기를 수거하는 고된 일인 데다가 종종 막말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진이 빠지지만 다른 일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고 보수가 괜찮은 편이라서 꾹 참고 있네요.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 덕분에 깨끗해졌으면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깔보고 무시하다니, 그런 못된 언행 자체가 완전 쓰레기네요.
반년 전, 옆집으로 이사 온 102호 여자 도모에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된 아사히는 기겁하고 말았네요. 불과 6개월만에 집안이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쓰레기집이 되어 있었네요. 같이 일하는 민토에게 그 얘길 했더니 기어코 와 보겠다고, 평소에 누구도 집으로 초대한 적 없는 아사히지만 줄기차게 와 보고 싶다는 민토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했네요. 아사히는 민토 때문에 이웃집 여자 도모에와 처음으로 긴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게 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꽁꽁 닫혀 있던 아시히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데, 그만··· 사람은 참 알다가도 모를, 그래서 우리는 상처받기도 하고 위로받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물건은 필요에 따라 쓸모가 정해지고 그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람은, 사람에게 쓸모라는 단어가 적합한가요. 무엇을 기준으로 쓸모를 정할 수 있나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안다면 타인을 쓸모가 아닌 존재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약자에게 냉혹하네요.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똑같이 상처 입고 외로운 두 사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네요. 누군가를 줍고, 또 누군가에게 주워지며 삶은 이어진다고, 아사히의 심경 변화처럼 우리는 혼자인 것 같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아픔, 슬픔, 따뜻함이 공존하는 '쓰레기 왕국'의 이야기였네요.
청소 회사 아들인 민토는 어렸을 때부터 쓰
레기집 자식이라거나 냄새난다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모욕에 익숙할지 모르지만 아사히는 아니었다.
도지히 참을 수 없는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충동을 꾹꾹 눌러 담아 뚜껑을 덮었다.
"내가 가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민토가 말했다.
"인간의 더러운 부분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야.
봉투를 드는 순간, 알 수 있어.
더러운 인간이 내놓은 더러운 쓰레기인지 아닌지 말이야."
(46-47p)
"보증금을 한 푼도 안 돌려주는 대신 쓰레기를 그냥 두고 나가도 좋으니
제발 나가달라고 전에 살던 집 주인이 간곡히 부탁하더라고.
그래서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나왔어.
이번엔 마음을 다잡고 깨끗하게 살아볼 생각이었는데
결국 이 꼴이야. '아, 역시 나도 사회의 쓰레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 남자한테 버림받은 엄마한테 버림 받았을 때
난 이미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였는지도 몰라. 하하."
(96p)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문득 허탈감이 밀려왔다
아사히는 이제야 사노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쓸모없다며 버려지고,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쓰레기들이 어쩐지 가엾고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사히는 처음부터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며,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 생활해 왔다.
아사히는 생각했다. 사노와 자신은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처럼
겉으로만 반대일 뿐, 결국 뿌리는 같은 존재가 아닐까.
사노와 마찬가지로 자기 역시 사회에서 쓸모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굴리는
거대한 수레바퀴 밖으로 밀려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121-122p)
"···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해.
곁에 있어주고 함께 걷고 지금 이렇게 살아서
내 옆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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