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어떤 요소가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네요.
역사 전공자가 아닌 변리사의 시선으로 '도구와 발명품'에 초점을 둔 새로운 역사책이 나왔네요.
《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는 문명을 움직인 50가지 핵심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책이네요.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질문에서 출발하네요.
"이 도구는 누구의 능력을 키웠는가.
그 힘은 어떻게 결합되어 더 커졌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누가 권력을 쥐었는가."
(10p)
역사의 주인공을 시대 인물이 아닌 '도구'로 대치하여, 발명과 권력의 관계를 살펴보고, 권력의 이동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우선 '발명 연대표'가 나와 있어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와 대표 발명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네요. 인류 최초의 생존 도구인 불과 뼈바늘로 시작해 오늘날의 인공지능까지, 시대마다 도구와 권력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즉 도구를 쥔 자가 어떻게 권력을 쥐고 세상을 지배해왔는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네요. 각 시대마다 '변리사의 눈'으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이 신선했네요. 특허법이 없던 시대에는 어떻게 기술을 보호했을까요. 도구들의 제작 비밀은 거의 모두 은폐로 지켜졌는데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독점 수단이었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영업비밀이 사람의 입에 묶여 있어서, 사람이 움직이면 단 한 번의 유출로 수백 년간 쌓아온 우위가 한꺼번에 사라지네요. 비밀은 사람이 떠나면 사라지지만 제도는 사람이 떠나도 남는 법, 그래서 문명의 패권은 기술을 잘 만드는 쪽이 아니라 기술을 제도에 엮어 유통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먼저 만든 쪽으로 넘어갔네요. 이것이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의 탄생 배경이네요. 특허 문서는 두꺼운데, 변리사들이 주로 보는 부분은 맨 끝에 붙은, 특허가 청구하는 범위를 담은 청구항이라고 해요. 특허의 진짜 권리는 발명 자체가 아니라 그 발명이 보호받고자 하는 울타리의 모양과 넓이를 못 박은 한 문장에 있다는 거예요. 이 한 문장으로 권리의 경계를 긋는 방식이 19세기의 발명이라니, 그 또한 놀라운 발명네요.
도구를 쥔 자가 권력을 증폭했고, 가장 넓은 청구항을 친 자가 시대의 승리자였다면, 20세기 전반에는 발명이 개인의 작업대를 떠나 국가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모든 특허 위에 국가가 군림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독점은 발명품 중심에서 플랫폼의 사용자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도구가 인간을 돕는 단계를 넘어, 인간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네요. 수천 년 동안 지능은 인간만의 영역이었는데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발명이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닌 상황이 되었네요. 인류 역사를 누가 더 강력한 도구를 소유하고 통제했는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도구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네요. 도구를 쥔 권력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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