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진심으로 애정하는 작가님, 조정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네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소설가를 꼽으라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분이시죠.
등단 이후 지금까지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종이 원고지와 펜으로 글을 쓰는 대표적인 육필 작가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존경심까지 더해졌네요. 근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쓰러지졌다는 내용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네요.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지옥문 앞까지 갔다 온 나는 어쩔 수 없이 9월에 수술대에 누워야 했고, 예정보다 서너 달 늦게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나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그 슬픔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근원을 소설의 주제로 삼아서. 그런데 그걸 작가가 설명하려 들면 독자 모독이 된다. 소설에서 주제 찾기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독자들께서 슬픈 사랑 이야기 『서리꽃』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찾아주신다면, 수술로 기력이 떨어져 후반으로 갈수록 사흘거리 몸살을 앓아 예정보다 두 달이나 늦게 소설을 끝낸 작가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인생이란······" (13-14p)라는 속사정을 털어놓았기에 독자 입장에서 이 책을 대하는 마음이 사뭇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네요.
지금껏 출간된 작가님의 모든 책들이 다 그렇듯이, 조정래 작가님이 혼신을 다해 완성한 작품의 제목은 《서리꽃》이네요.
1권에서는 이재이와 윤소인의 재회 장면으로 시작하네요. 두 사람은 재학 시절에 시화전에서 재이는 시를 쓰고 소인은 그림을 그리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재이의 친구인 민태석이 미대생 정은하와 결혼하면서 은하의 친구인 소인까지 인연이 된 거네요.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재이는 다시 만난 소인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데, 맑고 순수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생기가 없어지고 우수가 서려 있네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인을 마음에 품고 있는 재이였고 몇 년이 지난 뒤에는 변하지 않는 마음을 확인하면서 둘의 사랑이 시작되는데 현실은 녹록치가 않네요.
윤소인은 이재이가 쓴 시에 매료되어 반 고흐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을 변용하여 시화를 그렸고, 이 시화 작품에는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녹아 있네요. 평생 가난과 불안정 속에서 고통받았던 형 반 고흐를 헌신적으로 돌봐준 테오처럼 재이는 소인에게 테오가 되겠노라고 고백하네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기에도 부족한 인생이건만 병마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문득 왜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만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만드네요. 사랑할 때는 오직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세상은 사랑보다 더 많은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네요. 소설 속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들의 삶이 마음으로 들어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