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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피코 아이어
  • 16,650원 (10%920)
  • 2026-07-20
  • : 53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집에 불이 났다면 무엇을 챙길 거냐는 질문.

답은 정해져 있네요. 왜냐하면 이미 경험한 적이 있거든요. 지금 다시 묻는다고 해도 그때와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한밤중에 아래층 화재로 연기가 올라와서 자다가 황급히 대피했을 때, 가족들을 챙기느라 그냥 몸만 나왔거든요. 긴급한 상황이 되니까 가족의 안전 외에는 딴 걸 챙길 여력이 없더라고요. 다행히 빠르게 불길이 잡혀서 큰 피해가 없었으니 망정이지, 전소되는 사고였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네요. 그날 이후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늘 마음에 품고 있네요.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는 피코 아이어 작가의 치유 에세이네요.

이 책은 산불로 터전을 잃고 가족의 병마와 이별을 겪은 저자가 캘리포니아의 한 수도원에서 침묵과 고독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삶의 본질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치유의 기록이네요. 저자는 1992년 이후,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서에 위치한 베네딕도회 뉴 카말돌리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외에는 대부분 일본의 교외에 머물며 침묵과 사유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한순간에 소유했던 모든 걸 잃었다면 절망에 빠지기 마련인데 저자는 가톨릭 수도원의 침묵 속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며 환희를 느끼는 체험을 기록으로 남겼네요.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수도원의 고요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깨달음을 주진 않을 거예요. 외로움과 침묵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또한 저자가 겪은 가혹한 시련들, 삶의 벼랑 끝을 마주한다면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하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마음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는 여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아름다움과 침묵 그리고 고독, 이것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채우는 것들이네요. 그외에 다른 것들로 채우다 보면 결국에는 탈이 나는 것 같아요. 내면적인 수행을 위해 꼭 그곳에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방황하는 사람들에겐 그곳이 평온한 안식처가 될 것 같네요. 속세와의 단절, 상실과 이별이 때로는 예기치 못했던 해방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니까요. 누구도 자신이 필요한 걸 줄 수 없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다는 걸, 멈춰 선 시간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네요. 놀랍게도 깊은 내면으로 파고들수록 혼자가 아닌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우게 되네요. 수도사들은 고독에서 얻은 결실로 공동체를 더 깊어지게 만든다고 하네요.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우리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네요.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라는 말에 미소짓게 되네요.



"일흔 번째 생일을 앞두고 돌아보니, 이 책에 기록한 베네딕도회 수도원만큼 제 삶을 바꾸고 마음을 열어준 곳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수도원을 방문했을 당시, 저는 캘리포니아 산자락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 전소되면서 가진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당장 잘 곳을 찾다가 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바로 '뉴 카말돌리 수도원'이었죠. 정신을 맑게 깨우는 침묵으로 가득한 그곳은 곧 제 마음의 비밀스러운 안식처가 되었고,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인연이 이어졌습니다. ··· 당신이 어떤 배경을 가졌든, 어떤 종교를 믿든, 침묵 속에서 며칠을 보내다 보면, 당신의 내면이 한층 깊어지고,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깨닫게 될 것입니다. ··· 여러분 모두에게 흐트러진 감각을 되찾고 삶의 기쁨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7-8p) _ 피코 아이어 2026년 6월,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비어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주변의 모든 것들로 채워질 수 있었다."

(28p)


"수도원의 고요는 깊은 숲이나 산 정상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곳의 고요는 살아 움직이며 진동하고, 손에 잡힐 듯 밀도가 높다. 그리고 그 고요가 지닌 아름다움 ㅡ 그리고 그것을 한층 더 깊고 넓게 확장하는 것 ㅡ 은 그것이 우리 모두의 소유라는 점에 있다."

(29p)


"이제 나는 안다. 진정한 사치란 더 이상 무언가를 갈구할 필요가 없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58p)


"그가 계속해서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은 결국 하나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현실이라는 것."

(62p)


"방금 읽었는데 'blessing (축복)'이라는 단어가 

프랑스어로 '상처'를 뜻하는 'blessure'에서 유래했더군요."

"그렇군요.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축복이란 상처처럼 우리를 완전히 뚫고 지나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상처도 축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168-169p)


수도원장에게서 답장이 왔다. 여느 때처럼 넘치는 생기와 새로운 생각들로 가득찬 편지였다.

그는 "사랑이 그러하듯 희망도 때로는 선택입니다."라고 썼다.

"코넬 웨스트가 희망에 대해 남긴 유명한 말을 당연히 알고 있겠지요? 희망과 낙관의 차이에 대해 한 말이죠."

전자인 '희망'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몸을 던지는 도약이라면,

후자인 '낙관'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상황이 잘 풀리기를 기대하는 시도일 뿐이다.

(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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