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금은 아니고, 꽤 오래 전에 누군가의 얼굴을 정성껏 그렸던 적이 있네요.
원래 선물하려고 그린 건데 그냥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하고 말았네요. 이 책을 보다가 문득 그때의 마음이 떠오르면서 무척 설렜네요.
《은밀한 예술》은 니샨트 자인의 그림 에세이네요.
저자는 자신을 '은밀한 예술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과대학에 들어가 생체역학으로 석사과정을 이어갔고, 신경과학 박사 과정 연구원으로 살던 저자의 삶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네요. 그동안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본래 꿈꾸던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은 거예요. 글을 구상하려고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장소와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은밀한 예술의 여정이 된 거죠. 정말 신기하네요. 꿈과 운명 그리고 예술... 빙 둘러서 오느라 조금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았으니 말이에요. 이 책 속 그림들은 은밀한 예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요근래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미술 작법에 관한 책들을 들춰보게 되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법보다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을 보면서 깨닫게 됐네요.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 치유가 되었다는 얘길 종종 들었지만 직접 체험해 본 적이 없으니 막연하게 짐작만 하고 있었네요. 마음대로 그린다는 것이 제게는 뭔가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린다는 자체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나봐요. 남의 시선 때문에 정작 나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었던 거죠.
저자는 작은 스케치북 하나와 연필 한 자루로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 예술이 제겐 '자유로움'으로 느껴졌어요. 가장 나답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자유!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그림들은 오직 나만을 위한 것,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네요. 꾸준히 그리면 그릴수록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고 하네요. 무엇보다도 '은밀하게' 은밀한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5분 스케치로 은밀한 나만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네요.
"'은밀한 예술'은 '예술가'인 내가 '은밀하게'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그때는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했고,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움을 짊어진 채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몰래 하는 예술'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됐다. 가장 평범한 날, 가장 평범한 장소에도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늘 존재했다. ··· 예술 자체도 은밀한 것이었다! 그렇게 '은밀한 예술'의 두 번째 의미를 발견했다. 은밀한 예술이란 세상에 늘 존재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누군가 발견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필요한 건 오직 잠깐의 시간과 그리려는 마음, 그리고 주의 깊게 바라보는 눈뿐이지만 그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은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이다. 은밀한 예술의 진짜 대단한 점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재미있게 느낄 수 있고, 어떤 장소든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세상 탐험 중'이다. 별것 아닌 듯한 이 작은 습관이 내게 건네는 보상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2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