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입에서 맴돌지만 차마 못한 말들이 있어요.
가벼운 농담이나 마음에도 없는 말들은 잘도 하면서, 진심을 전하는 건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 《벚꽃이 지더라도》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네요.
낚시를 좋아하는, 내성적이고 착한 남자 타다히코는 우연히 낚시 잡지에 실린 마스미 강 기사를 읽고 그 매력에 이끌려 구와바타 마을을 갔고, 그곳에서 동갑내기 히로유키를 만나면서 휴일마다 그곳을 찾게 되었고 어느덧 구와바타 마을은 제 2의 고향이 되었네요. 마스미 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공원 중심에 우뚝 서 있는 300년 먹은 거목 벚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은 꽃놀이 행사를 즐기고, 여름만 되면 아이들은 계곡에서 헤엄치고 하루종일 작살을 들고 물고기를 쫓아다니며 노니는 참으로 평화로운 마을이었죠.
이 소설은 야마카와 타다히코, 그의 아내 마쓰시타 아사미, 그리고 딸 리나와 아들 겐토 순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20여 년의 세월 동안 타다히코의 가정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의 사건으로 촉발된 비극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네요. 착한 남자 타다히코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던 것인데 그 결과는 참혹했네요. 동료의 말처럼 그는 정의의 사도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니까요. 다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양심을 저버릴 정도로 못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불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눈앞에서 벌어진 참사가 한 남자의 인생을 바꿔버렸고, 그의 가정을 흔들어놓았네요. 남의 불행을 밟고 쌓아올린 성공, 여기에선 그 부분을 깊게 다루지 않았는데 나쁜 놈들은 싹 잡아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돼요. 사실 이 부분에 집중했다면 제 마음은 분노로 들끓어서 참지 못했을 거예요. 근데 정작 당사자인 타다히코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평생을 살았다니, 에휴, 착한 남자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인 건가요.
문득 인어공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면서, 벚꽃이 진 언덕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풍경에서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네요. 용서할 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마음, 이 모순된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가족들은 그 언덕에서 비로소 깨달았네요. 벚꽃이 지고 나면 푸른 잎이 돋아나듯, 상처 입은 마음도 사랑으로 다시 꽃피울 수 있다는 걸, 서툴고 부족해도 괜찮다고, 아름답게 피고 지는 꽃들처럼 담담하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였네요. 당신의 삶은 헛되지 않았노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야, 야마카와."
"응?"
"너는 요컨대, 거대한 악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남자끼리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게 가장 가까운 이유일 것 같았다.
아니면 히로유키와 그 가족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자기방어 때문일지도 모른다.
(···)
"너 혼자 정의의 깃발을 휘두른다고 해서 세상은 1밀리도 변하지 않아."
머릿속에 히로유키와 마코 씨, 아이짱 얼굴이 어른거렸다.
"1밀리도······."
"아니, 뭐야? 설마 너, 정말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83-88p)
"아빠, 요즘 배드민턴부 선배들이랑 사이가 안 좋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린 내가 솔직하게 상담하자, 식물에 해박한 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화이트보드에 이런 글을 써주었다.
<나무의 가늘고 약한 가지에 병이 생겻을 때 거기만 잘라내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돼. 과감하게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그 근본을 자르는 게 중요해. 나무의 가장 중요한 '줄기'를 병으로부터 지키는 거지. 그러면 그 나무는 다시 건강해져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선배들과 사이가 나빠진 원인을 뿌리까지도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면 분명 잘될 거야.>
그렇구나. 뿌리부터 끊어내야 해······.
(205-20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