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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말하지 않고 말하기
  • 김정운
  • 21,600원 (10%1,200)
  • 2026-05-11
  • : 27,03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때 대히트를 쳤던 광고가 있었네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이것을 건네는 행위 자체가 정을 나누고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대중에게도 통했던 거죠. 재미있는 건 이 광고가 시대 변화에 맞춰 "정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로 바뀐 것이 10여 년 전 얘기였고, 이제는 AI 시대에 어떻게 진심을 전하고 소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거예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는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을 다룬 책이네요.

저자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점점 확장되면서 정작 소통의 토대가 되는 비언어적 구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책에서 잃어버린 소통의 원형, 말하기 이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그 상호작용의 원형을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네요. 핵심은 상호주관성이네요. 소통은 단순히 내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상호주관성을 통해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상호주관적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는 여섯 가지, 가장 먼저 터치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눈맞춤으로 서로의 존재를 승인하며, 정서 조율 단계에서 감각의 교차편집을 경험할 수 있고, 이어지는 순서 바꾸기를 통해 대화의 리듬과 관계의 문법을 익히며, 함께 보기와 관점 바꾸기를 통해 견고한 상호주관적 소통의 토대를 완성한다고 하네요.

"AI 혁명은 컴퓨터를 만지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를 나는 '인터페이스 혁명'이라고 이름 붙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더 이상 기계를 두드려 패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루듯 부드럽게 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질 사람도 없고, 만져주는 이도 없는 아저씨들은 지금도 공원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아주 사랑스럽게 쓰다듬고 있습니다." (51p)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AI와 소통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니 마냥 웃을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인간의 결핍을 기계로 충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비슷하게 흉내낸다고 해서 진짜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순서 바꾸기'는 의사소통 이론 안에서 아직 널리 알려진 개념은 아닙니다. 그러나 상호주관성의 심리학적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현상입니다. 앞서 살펴본 '터치', '눈맞춤', '정서 조율'이 신체적 감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초기적 상호주관성의 기제라면, 순서 바꾸기는 상징과 언어를 매개로 한 본격적인 상호주관적 소통의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말과 침묵, 응답과 기다림이 교대로 이어지는 이 리듬 속에서 인간은 타인의 정서와 의미를 조율하며, 언어적 공감의 장을 만들어냅니다." (213p)

유창한 언변만으로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어렵고, 비언어적 정서 교류가 훨씬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저자는 스스로를 소통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러한 자신이 소통에 관한 책을 쓰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그럼에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네요. 우리는 말 잘하는 상대가 아니라 자신의 말을 경청하며 감정을 읽어주는 사람과 대화가 가장 잘 통한다고 느끼듯이, 비언어적 소통의 힘은 강력한 것 같아요.

"21세기, 가장 빠르게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는 환경에 살고 있는 한국인드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존중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감탄으로 매개되는 인정받는 느낌'입니다. 상호존중이 사라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비교하고, 쉽게 분노하며, 사소한 심리적 상처에도 깊이 흔들립니다. ···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은 더 많은 정보도, 더 빠른 연결도 아닙니다. 서로 감탄하는 상호주관적 경험의 회복입니다. 사람이 살 만한 디지털 사회의 조건은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감탄을 통해 서로를 인정받는 존재로 느끼게 하느 존중의 문법입니다." (427p)

마지막으로 강조한 상호존중과 감탄은 갈수록 삭막해진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관계 맺기의 비결인 것 같네요.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심도 있게 살펴보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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