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지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3국의 운명을 뒤흔들었나?"
인류 역사에서 지형, 기후와 같은 물리적 조건은 문명의 발생, 국가의 흥망성쇠, 경제활동 그리고 문화와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네요.
이동민 교수의 《지도와 전쟁으로 다시 읽는 한중일 세계사》는 지리학적 관점에서 한중일 500년 분쟁사를 분석한 책이네요.
저자는 본격적인 한중일 분쟁의 시작점을 임진왜란으로 잡고 있어요. 임진왜란 직전인 16세기 후반 한중일의 지정학적 관계는 조선과 명나라가 '천하'라는 전근대적 관념 속에서 긴밀히 연결된 반면에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전국시대의 내란 상태에 놓여 있었어요. 주변부를 점유하던 일본이 해상무역 네트워크로 부를 추적했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면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여 1592년, 임진왜란의 막이 올랐네요. 전쟁은 도요토미가 사망한 1598년 일본의 패배로 막을 내렸으나 조선과 명나라의 피해는 단시일에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네요. 이 전쟁으로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면서 3국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갈등하는 구조적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본 거예요. 또한 임진왜란 시기부터 동아시아를 강타하기 시작한 기후변화, 즉 소빙기는 17세기 후반까지 이어지며 심각한 저온 현상으로 최악의 대기근과 전염병이 확산되었고, 이는 3국의 경계를 한층 더 분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3국 중 일본의 지리적 위치는 제국주의 열강이 쉽게 침략할 수 없는 곳이라 에도막부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압력에 굴복해 권위를 잃은 뒤에도 식민지나 속국으로 전략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서구화와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네요. 반면 19세기 조선의 지리적 입지조건은 북으로는 중국, 동으로는 일본 열도에 가로막혀서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이 늦어지면서 운요호사건을 계기로 일본과의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함으로써 일본 침략의 빌미가 되었네요. 청일전쟁을 통해 일본과 청나라의 관계가 역전되었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세계대전으로 확장되었네요. 동아시아를 넘어 태평양까지 폭주했던 일본이 광기는 연합군의 승리로 일단락되었으나 한국전쟁으로 재기하면서 한중일 스케일은 냉전과 탈냉전 그리고 신냉전으로 이어지는 변화의 흐름을 겪고 있네요. 바꿀 수 없는 지리적 위치가 낳은 구조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자 기회로 작용하며 갈등과 공생을 반복해 온 한중일의 역사를 살펴보고 나니 현재 국제 정세가 새롭게 보이네요. 저자의 말처럼 소모적 대립과 극단적 갈등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질서와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