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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군주론
  • 니콜로 마키아벨리
  • 9,000원 (10%500)
  • 2026-03-30
  • : 16,478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안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서양 근대 정치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는 명작이네요.

똑같은 고전 작품인데도 번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네요. 이번 까치글방에서 출간된 《군주론》이 특별한 이유는, 한국 최초로 이탈리아어 원전을 직역하여 기존 영어나 일어 중역본에서 발생했던 오역과 생략을 최소화하였고, 서구 정치사상 전문가인 강정인 교수가 번역에 참여하여 정확성을 높였으며, 상세한 주석과 인명, 용어 해설을 통해 현대적 관점의 군주론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네요.

이 책의 첫 장에는 《군주론》의 이해를 위한 당대의 이탈리아 역사를 개략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네요. 마키아벨리는 당시 외세의 침략과 내분으로 혼란스러웠던 이탈리아를 통일할 강력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공직에서 추방된 상태였기에 피렌체 지배자인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에게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입증하고자 《군주론》을 헌정했네요. "··· 저는 신분이 낮고 비천한 지위에 있는 자가 감히 군주의 통치를 논하고 그것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무례한 소행으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국가의 지도를 그리는 자들은 산이나 다른 높은 곳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고 낮은 곳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 위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민의 성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될 필요가 있고, 군주의 성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인민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부디 이 작은 선물을 제가 보낸 뜻에 따라서 받아주십시오. 만약 이 책을 꼼꼼하게 읽고 그 뜻을 새기시면, 전하께서 운명과 전하의 탁월한 자질이 약속하는 위업을 성취하셔야 한다는 저의 가장 간절한 소망을 헤아리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그 높은 곳에서 어쩌다가 여기 이 낮은 곳에 눈을 돌리시면, 제가 엄청나고 지속적인 불운으로 인해서 얼마나 부당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가를 아시게 될 것입니다." (18-19p) 라는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헌정하여 공직에 복귀하려는 애를 썼네요. 당대에는 거의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이력서가 되었지만 후대에 근대 정치학의 기초를 세웠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네요.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정치를 분리하고, 윤리나 도덕보다는 결과와 권력 유지라는 실리적인 관점에서 정치학을 재정립하였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치술을 뜻하는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용어의 유래가 되었네요.

《군주론》에서 제1장을 보면 군주국의 종류와 그 획득 방법들이 나와 있는데, "영토를 획득하는 방법에는 타인의 무력을 이용하는 경우와 자신의 무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운명 fortuna에 의한 경우와 역량 virtu 에 의한 경우가 있습니다." (22p)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여기서 현대 이탈리아어 표기로 virtu, 비루투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 개념이며, 전통적인 도덕적 '덕 virtue'이 아니라 국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군주가 갖추어야 할 정치적 역량, 능력, 의지, 탁월함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네요. 포르투나(fortuna)와 비르투(virtu)의 대비가 처음으로 나오는 구절인데, 마키아벨리는 비르투(역량)와 포르투나(운)의 조화를 강조했네요. 포르투나(운)는 강물처럼 닥쳐오지만, 비르투(역량)이 있는 군주는 둑을 쌓아 피해를 막거나 활용한다는 거죠. 고정된 도덕관념이 아니라 능동적 역량, 언제든지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능력, 즉 정치적 실용주의이자 현실적인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네요. 예측 불가능한 상황 변화 속에서 마키아벨리가 찾아낸 솔루션은 제방을 튼튼하게 쌓는 것이었네요. 국내 정치세력들 간의 분열을 극복하고, 자국군을 만들어 질서와 규율이 서는 강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은 정치적 지혜와 비르투가 거의 부재했고, 그 원인은 자신들의 사적인 욕망만을 추구하는 귀족들이 만든 부재였다고 분석하고 있네요. 강력한 제방을 건설하려면 귀족들을 제어하고 인민들의 지지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 마키아벨리는 귀족들의 전횡을 막고 인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군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네요. 윤리와 도덕이라는 잣대를 내려놓고, 정치영역에서 관계의 중요성을 짚어낸 통찰이 놀랍네요. 현실정치의 인식과 통치자의 유연성, 자주 국방의 역량은 현대 정치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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