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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별 헤는 밤의 필사
  • 윤동주 외
  • 20,700원 (10%1,150)
  • 2026-04-01
  • : 25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춘은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다.

무엇이든 적을 수 있기에 더욱 빛이 난다."

책 표지를 넘기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네요. 청춘, 나도 모르게 되뇌였어요. 아직 쓰이지 않은 페이지라면...

그 아래에는 " ㅡ 께, 2026년 ㅡ월 ㅡ일, ㅡ 드림" 이라고 적혀 있어서, 나 자신뿐 아니라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려주네요.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엄마 백승연과 딸 박영채가 함께 엮은 필사책이라는 거예요. 엄마는 은퇴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가벼운 우울감, 무기력에 빠져 있었는데, 그걸 본 딸이 필사를 권했고, 손으로 글씨를 쓰는 필사를 통해 위로를 받고 일상의 리듬을 되찾은 엄마가 딸이랑 같이 필사책을 만들게 된 거예요. 엄마는 학창 시절 자신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미남 국어 선생님과 그때 읽고 썼던 글귀들을 회상하다가, 딸과 함께 1970년대부터 1990년대의 중·고등학교 국어 국정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속에서 보석 같은 문장들을 가져와 이 책을 엮었다고 하네요. 문학 소녀였던 엄마의 추억이 여기에 실린 문장들로 되살아나고, 딸은 지난날의 청춘이 빛바랜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빛나고 있는 문장들 속에 살아 있음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시간을 선사하고 있어요. 부모와 자녀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문학의 세계로 초대하는 느낌이네요.

《별 헤는 밤의 필사》는 '엄마 아빠의 교과서에서 되살아난 말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달린 세대 공감 필사집이네요.

이 책에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한국 문학 거장들의 작품 중에서 엄선한 80편의 문장들이 담겨 있어요. 읽고, 쓰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네요. 첫 번째 작품은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에요.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 아! 누구던가? /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18p)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며 시인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자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라고 표현했네요. 시를 읽으면서 각자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표현해보는 것이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네요. 책 중간에 '우리 젊은 날의 어휘 사전'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작품 속에 나오는 주요 어휘들의 뜻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네요. 시험 공부가 아닌 문학 그 자체를 즐기는 경험을 해볼 수 있어요.

책 제목으로 선정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모두가 사랑하는 한국시라서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네요.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102p)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하나하나 세듯이, 우리도 반짝이는 자신만의 것을 꺼내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예전부터 좋아했던 문장들을 단순히 베끼는 행위가 아니라 '별을 헤듯이' 한 글자씩 정성껏 손으로 적어가며, 말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뿌듯했네요. 좋은 건 나눠야 제맛이라는 말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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