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방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 놓아둔 사진첩을 발견했네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지나온 시간 속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더라고요. 남들에게는 그냥 흔한 사진이지만 그 사진을 찍고, 찍힌 사람들에게는 생생한 삶의 이야기라는 걸,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네요.
《우리가 놓친 위대한 한 컷》는 찰나의 한 컷 속에 담긴 숨겨진 역사와 이야기를 캐내는 틈새 인문학 책이라고 하네요.
책 표지의 사진이 인상적인데, 바로 이 사진 한 장 덕분에 이 책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가 캐나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내 나들이를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진인데, 호기심이 생겨서 사진 관련한 자료를 찾다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모든 이야기가 단 한 장의 사진에 압축된 풍경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아서 사진 속 특별한 이야기를 묶어낼 결심을 했다네요. 이 책은 한 장의 사진에 숨어 있는 현대사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색다른 인문학 수업이네요.
"'아빠, 같이 가요!'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게재된 한 장의 사진은 곧 캐나다 전역에 알려져 제2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사진 잡지인 <라이프>에 다시 게재되면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데틀로프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정도였지요. 전시 동원 체제를 운영 중이었던 캐나다 정부는 국내의 모든 학교 교실에 이 사진을 게시하여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의지를 끌어올리도록 합니다. 그리고 전쟁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전시 채권' 광고에도 이 사진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지요. 이렇게 이 사진은 전쟁에 임하는 캐나다인의 희생과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다행히 이 사진 속의 아버지는 무사히 돌아와 아들과 감격적인 해후를 합니다. 이 자리에도 데틀로프가 다시 참여해 부자의 아름다운 상봉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참 아름답고 매끈한 서사의 완성이었습니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 의심이 생길 만큼요." (209p)
데틀로프의 사진은 캐나다 전체, 아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전쟁 사진이 되었지만 정작 사진의 주인공인 워런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고 하네요. 아버지의 빈자리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머니 버니스는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하며 고통에 시달렸고,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에 나간 잭을 원망하다가 전쟁 중에 이혼을 했고, 어린 워런은 지독한 가난과 멸시 어린 시선을 견뎌야 했대요. 데틀로프의 '아버지와 아들의 해후' 사진은 신문사가 만든 어색한 연출 장면이었고, 워런은 그 후로 죽을 때까지 다시는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대요. 전쟁이 끝난 뒤 시 당국은 역사적 명소를 만들기 위해 <아빠, 같이 가요!> 사진을 활용하여, 뉴웨스민스터 항구에 사진을 부조 형태의 조각으로 만든 커다란 동상을 세웠는데, 동상의 막을 걷는 역할을 누가 맡을지 고심하다가 79세의 노인이 된 워런에게 요청했대요. 데틀로프의 사진은 워런의 가족이 함께 찍힌 마지막 사진이라고 하니, 애틋한 가족의 사랑을 전해주었던 사진 뒤에 남은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네요. 전쟁으로 파괴된 가족의 표상이 아닐까 싶네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듯, 사진은 거대한 진실의 일부분을 보여주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찰나의 순간에 담긴 역사적 서사와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네요. 사진 한 장은 제한적 진실, 진실의 한 조각일 뿐이기에 그 너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의미를 틈새에서 꺼내어 새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