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오즐의 서재
  •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 주루이
  • 16,200원 (10%900)
  • 2026-01-02
  • : 68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의 마지막 장면은 평온하게 잠들었다가 조용히 떠나는 것인데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죠.

가끔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상상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되잖아요. 문제는, 잠깐의 상상으로 그친다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날이 아닐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네요. 죽음을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질끈 눈을 감아버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눈을 뜨고,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중국 런민대학교 철학과의 '걸출학자' 초청교수이자 철학과 인지과학 교차 플랫폼 수석 전문가,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주루이 교수의 책이에요. 서문은 류창 교수가 작성했는데, 그는 주루이 교수와 친했던 동료이자 서로 뜻이 잘 맞아서 자주 강의를 함께 해온 사이였다고 하네요.


"주루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떠났다. 친구들과 교수님,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여전히 그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에 관한 모든 것이 우리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마치 책을 읽고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반복해서 곱씹는 것처럼 말이다. 주루이는 어떻게 그토록 커다란 생애 대한 열정을 지녔으면서도,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는 생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클수록 죽음이 더 두려운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그의 생의 마지막 순간에 평온하고 담담하다 못해 진심으로 기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도리어 우리는 그에게서 어느 때보다 커다란 생명력을 느꼈다. ···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은 철학자 주루이가 임종을 맞기 전 열흘 동안 남긴 구술을 정리한 것이다. 2024년 7월 12일 주루이는 병실을 하이뎬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당시 모든 의료적 치료가 더 이상 무의미한 상태였다. ··· '대화는 가장 좋은 작별 방식이다.' 주루이는 젊은 기자 제이홍과 인터뷰를 약속했다. 7월 15일부터 매일 오후 11시 반, 삶과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주루이가 가족들과 온라인 가족회의를 하던 날을 빼고 인터뷰는 열흘 동안 진행되었다. 7월 25일 인터뷰를 마치고 주루이는 생명유지 장치를 떼기로 결정했다. 8월 1일 철학자 주루이가 미소를 머금고 호흡을 멈췄다. 향년 56세였다." (17-18p)


죽음을 앞둔 철학자와의 열흘 간의 철학 대화를 담은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어요. 류창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주루이 교수를 통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철학자의 정신적인 힘을 확인할 수 있네요. 죽음에 관해 철학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을 듣다보니 두려움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관념 때문에 생겨난 두려움은 관념으로 없앨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네요. 죽음을 주제로 한 이야기인데 감정적인 흔들림 없이 이성과 논리로 완전히 설득되었네요. 주루이 교수의 말처럼 '죽음을 회피하는 것'에서 '죽음을 축하하는 것'으로의 변화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 책 덕분에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네요. 읽는 내내 밑줄을 그어가면서 그 의미를 곱씹어보았네요. 자유롭고 두려움 없는 죽음, 마지막 순간이 이토록 우아할 수 있다니! 가족들과 즐겁게 작별 인사를 하고, 모두를 위해 이 책을 남긴 주루이 교수를 기리며, 당신 덕분에 생명의 지혜를 얻었네요.


"'떨어진 꽃잎은 무정하지 않다. 봄의 진흙이 되어 꽃을 가꾸기 때문이다.' 만일 이 시의 은유가 객관적인 사실이 된다면 어떨까? 아마 사람들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식물이나 작은 동물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생명을 얻는다는 생명 순환의 원리를 긍정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대부분 회피거나 두려움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여전히 틈이 존재하는 것이다. ··· 장자는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반드시 삶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태어나서 자라고, 또 끊임없이 죽어서 소멸한다. ... 이 전환 속에서 자연은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간단한 사실은, 죽음은 그저 자연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겪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죽음은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 모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산 사람에게는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어쩌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할 때 더 이상 두려움이나 암흑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거듭남'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202-212p)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