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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모차르트의 고백
  •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 16,650원 (10%920)
  • 2025-10-27
  • : 50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천재 음악가의 은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모차르트의 고백》은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사적인 편지를 모아낸 서간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 시간 순으로 편지를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 편지는 1769년 잘츠부르크에서 카타리나 길로프스키로 추정되는 아가씨에게 보낸 내용이에요. 1769년 11월 27일,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대주교 궁정의 명예 콘서트마이스터로 임명되었고, 같은 해 12월에는 아버지 레오폴트와 함께 첫 번째 이탈리아 장기 여행길에 올랐던 시기였어요. 여기에는 편지 내용만이 나와 있지만 모차르트의 생애를 따라 가며 그 기록들을 살펴보면 뜻밖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스무 살 이후에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보면 미묘한 감정 변화가 있네요. 전적으로 아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어머니와는 달리 권위적인 아버지는 아들의 결정에 관여하려고 해요. 아들은 아버지의 허락을 구하는 듯 말하지만 답장을 기다리지 않고 이미 정해진 대로 하겠노라고 통보하면서, '자녀들의 행복을 그토록 바라시는 현명한 아버지께서 다른 결정을 내리실 리가 없다' (115p) 라며 말하네요. '부디 이 일로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은 신의 뜻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되새겨 주십시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은 좋고, 어떤 일은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일이 닥치고 나면 정반대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116p) 라는 부분에서 성숙한 내면을 보았네요. 내 뜻대로 인생을 살겠노라 말하면서도 아버지께 자신을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좀 더 좋게 보아주기를 간청하는 편지에서는 마음이 짠해졌네요.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지고서 행복하기는 힘드니까요.


파리

1778년 7월 9일

ㅡ 부디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소식을 들으실

마음의 준비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지난 3일 자 편지에서 이미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리라 언질을 드렸을 겁니다. 바로 그날, 7월 3일 밤 10시 20분에, 어머니께서는 주님 안에서 평화롭게 잠드셨습니다. 사실 제가 아버지께 편지를 썼을 때, 어머니께서는 이미 숨을 거두시고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계셨습니다. 제가 밤 늦게 편지를 쓴 것은 아버지와 사랑하는 누나가 이 사소하지만 어쩔 수 없던 거짓말을 용서하시길 바라서였습니다. 제 자신의 슬픔과 비통함으로 아버지의 슬픔을 짐작해 보건대, 저는 감히 그런 끔찍한 소식을 갑자기 전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 저 또한 고통받고 울었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위로를 얻으려 애썼고, 사랑하는 아버지와 누나께서도 그러하시기를 바랍니다. 우십시오, 울지 않을 수 없으니 우십시오. 하지만 끝내 위안을 얻으십시오. 모든 것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정하신 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190-191p)

어머니의 죽음을 곧바로 알릴 수 없었던 심정을 고백하고 있어요. 모차르트의 파리 연주에 동행했던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아들 탓을 하며 비난했으니 슬픔보다 더 큰 고통이었을 거예요. 진심을 다해 썼으나 받는 이에게 전해지지 않는 마음은 너무나 슬프네요.


뮌헨

1779년 12월 31일

ㅡ 방금 친구 베케 씨를 통해

아버지의 28일자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틀 전 그의 집에서 아버지께 편지를 썼습니다. 그렇게 눈물로 쓴 편지는 제 평생 처음이었습니다. 이 다정한 친구가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제게 베푸시는 관용, 그리고 제 장래를 위한 신중한 배려에 대해 어찌나 길게 이야기해주던지, 저는 그만 감정이 북받쳐 울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8일자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나니, 베케 씨가 저를 위로하려 다소 과장되게 이야기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겠습니다. ... 소나타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설령 악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즉시 뮌헨을 떠나라니요.

... 아, '즐거운 꿈'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꿈꾸기를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 꿈꾸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즐거운 꿈, 평화롭고 달콤하며 기운을 북돋우는 꿈을요. 만약 이루어졌더라면, 지금의 이 슬픈 삶을 조금이나마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었을 그런 꿈들을 말입니다. (273-274p)

늘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라고 표현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네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존재, 그러나 어찌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가족인 것 같아요. 가깝고도 먼 관계, 모차르트의 사적인 편지를 통해 그 내면의 복잡한 심경을 짐작해보네요. 어린 소년은 장성한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의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으니, 신동에서 천재 음악가로의 여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네요. 특히나 인간 관계는, 천재에게도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던 거죠. 완벽한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 모차르트의 너무나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는 기록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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