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둡고 긴 터널 속으로, 정말이지 피하고 싶은 구간에 들어서면 어찌 할 도리가 없어요.
무사히 통과하기를 바랄 뿐이죠. 그때 와구와구 읽었던 것 같아요. 잡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독서의 즐거움도 모르고 그냥 읽었고, 가끔 위로를 받았네요. 활자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니, 무엇이 내게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네요. 어느새 그 터널을 빠져 나왔다는 걸... 물론 터널 밖이라고 해서 꽃길은 아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니 좋네요.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32년생 루스 윌슨의 놀라운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이에요.
오스트레일리아 그리피스에서 태어난 저자는 열다섯 살에 제인 오스틴 소설에 입문하여 평생 열렬한 오스틴 독자로 살고 있어요. 제인 오스틴의 모든 작품을 다시 읽기 시작한 건 예순 살 생일에 겪은 기묘한 경험 때문인데, 그 일은 영혼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육신이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했기에 독서로 재활 치료를 하게 된 거래요. 일흔 살에 남편과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에서 '자기만의 방'을 마련하여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읽으며, 다시 독서에 열중하는 시간이 재활 치료라고 여겼대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독서법의 출발점이 오스틴의 작품 다시 읽기였고, 그 세계관의 프레임에 비추어 자신의 인생을 탐색하며 헝클어진 마음 상태를 회복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나이 일흔에 시작한 오스틴 다시 읽기가 스스로를 위로하다 못해 자신을 인생의 화양연화로 이끌었노라고, 여든여덟 살에 문학 독서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시드니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흔이 넘은 지금은 평화로운 가정으로 귀환하여 남편과는 따로 또 같이 생활을 하고 있다네요.
이 책에서는 제인 오스틴 다시 읽기가 로스 윌슨의 삶을 어떻게 구했는지, 오스틴의 소설 여섯 편을 각각 소개하며 독서 치료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의 미래, 백세 인생의 롤모델이 알려주는 제인 오스틴 독서 요법서라고 할 수 있어요. 독서의 마법으로 영혼의 시름을 치유할 수 있다고, 지금 저자는 '정녕 진실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하네요. 삶이 불만스럽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길, 특급 치료제를 만날 수 있어요.
"에마 우드하우스,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괴로운 일이나 성가신 일은 통 모르고 살았다는 이 아가씨가 대학생이 되어 내가 첫 번째 읽은 오스틴 작품의 주인공이었다. 1949년에 시드니 대학교에 입학한 나는 책을 좋아하는 성향상 처음부터 영문학 공부가 관심사에서 우선순위였고, 그러니 자연히 오스틴과 더욱 진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에마』와 연을 맺어준 헤링 선생님은 첫째 날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이 소설의 첫 문장을 두 번 낭독해주었다. 『오만과 편견』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내가 있을 곳을 잘 찾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는 에마라는 주제로 강의가 진행될수록 나도 이 인물을 발견해가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헤링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소설 속의 퍼즐들을 차곡차곡 풀어나갔더니 마침내 소설 전체에 질서와 품격을 더하는 하나의 큰 그림이 만들어졌다. 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나도 에마가 사는 하트필드에 둥지를 틀고 마을 정경이 머릿속에 지도처럼 그려지더라." (82p)
제게는 중학교 시절, 국어 수업 시간이 떠오르네요. 수업을 끝마치기 10분 전에 짧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어주시던 선생님 덕분에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거든요. 와, 이런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라는 경이로움과 기쁨이 삶의 즐거움을 더해주던 시절이었네요.
"『에마』를 읽고 나서 『오만과 편견』에 도전했는데, 그 작품도 못지 않게 좋았어요.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으세요?"
"솔직히 우열을 가리긴 힘들어요. 각각 다른 이유로 두 작품 다 좋아하거든요. 오스틴 독자들한테 물어보면 많이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해요. 『오만과 편견』에서는 주인공이 남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고, 『에마』에서는 주인공이 자기 마음을 읽는 법을 배워요. 잘 읽는 것이 왜 중요한지 각각 다른 측면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 우리가 지금 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오스틴 소설을 이해하는 진짜 비결은 다시 읽기니까요."
"자, 그렇다면 저처럼 그 사람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간단히 한말씀 해주신다면,"
"오스틴의 소설을 읽는 게 영화를 보는 것보다 낫다는 걸 어떻게 설득하시겠어요."
"아무래도 독서의 장점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겠죠. 영화에선 감독과 배우들이 대신 생각해주는 게 많잖아요. 그 사람들은 비평가의 견해 같은 것을 분석하고 심지어는 영화에서 그걸 앞세울 때도 있고요. 그러니까 원작을 안 읽으면 남들이 이해한 걸 얻는 걸로 끝이에요. 하지만 책을 정독하면, 특히 다시 읽기를 하면, 두뇌에 자극이 오면서 이야기 안의 숨은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죠. 또 소설을 내 인생에 비춰서 해석해볼 수가 있어요. 나한테 가치 있는 게 뭔지, 나한테 우정이 뭔지, 내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주죠. 내 생각에 독서는 두뇌 활동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요, 권태를 물리칠 진정한 해독제랄까요!" (100-10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