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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즐의 서재
  •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
  • 정지우
  • 16,200원 (10%900)
  • 2025-11-20
  • : 1,71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생애 최초의 글쓰기는 아마도 일기였을 거예요.

매일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숙제였으니 귀찮으면서도 일기장 끝에 선생님이 뭐라고 적어주셨을지, 은근 기대하며 즐겼던 것 같아요. 누군가 내 글을 열심히 읽어주고 답변을 달아줄 때의 기쁨을 알고 난 뒤로는 글쓰기를 나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잘 쓰지는 못해도 쓰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되진 않아서, 틈틈이 일기장에 쓰거나 블로그나 온라인 SNS에 짧은 글을 올리고 있어요. 그동안 지극히 개인적인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정지우 작가님과 함께 하는 글쓰기 모임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모든 글을 기억한다》는 '계속 쓰는 사람 정지우 작가의 연결과 확장'에 관한 책이네요.

저자는 25년간 매일 쓰는 작가이자 10년간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 왔으며, 글쓰기 외에도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여러 문화 비평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고, 저작권 분야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글쓰기 모임의 시작은 부산에서 신혼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도시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해서 아내를 위해서 쓰거나 읽는 모임을 만들게 된 거래요. 스물아홉의 첫 모임에서 만났던 모임원 한 명과는 아직도 함께 뉴스레터를 쓰고 있고, 모임의 구성원들 중에는 현재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여럿 된다고 하니, 그야말로 예비 작가님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 모임의 대전제가 있다. 그건 글을 써 오는 사람들이 모든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 글을 써 오고 고치는 만큼, 나 또한 시간을 아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치의 마음과 노력으로 글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무언가가 통하고, 그 시간이 진짜 가치 있는, 기억에 남는 값진 무언가가 된다고 믿는다." (51p) 저자의 말처럼 성공적인 글쓰기 모임의 비결은 글쓰기를 제일 잘 가르치거나 모임을 제일 잘 이끌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마음과 노력이었네요. 바로 그 진심이 전해져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툴고 부족한 초고를 보여줄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서로의 글에 대해 정확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으니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모임원 전체가 합평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자신이 쓴 문장이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느낌과 효과를 주는지, 그래서 어떤 걸 쓰거나 쓰지 않아야 하는지를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거예요. 이렇듯 글쓰기 모임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니, 참으로 멋진 일이네요.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잘 듣고, 잘 쓰기. 혹은 잘 보고, 잘 말하기. 이 원칙은 변호사뿐 아니라, 내가 해왔던 거의 모든 일의 원칙이었다. 글쓰기 수업은 기상천외한 스킬을 발휘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써 온 글을 성심성의껏 여러 번 읽으며 잘 보고 그의 마음을 잘 들으면 된다. 그러고 나면 누구나 한 편의 글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다. 글쓰기도 언제나 잘 듣고, 잘 보고, 잘 경험하는 데서 시작된다." (160p)라는 원칙이었네요. 시끄럽게 제 말만 떠들어대고, 비난과 미움의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건 굉장한 위로와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글쓰기, 그리고 진심과 신뢰의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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