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궁금증을 가졌을 때, 무심코 어른들에게 질문했다가 야단을 맞았어요.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유는 짐작할 뿐이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뒤라서 그 뒤로는 아예 죽음을 언급하지 않게 됐네요. 말하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닌 것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었네요. 늘 우리의 삶과 함께 했던 죽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나를 위해서, 어렸던 그 아이를 떠올리며 건네주고 싶은 책을 찾았네요. 그때 이러한 책을 함께 읽어주는 어른이 곁에 없었다는 점은 아쉽지만 지금은 직접 읽어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니 괜찮아요.
《죽음의 책》은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작가님이 쓰고 앙케 쿨 작가님이 그린 어린이 그림책이에요.
사실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꽤 글밥이 있어서 한번에 다 읽기보다는 조금씩 읽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그림책이네요. 가끔 아이들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성숙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예기치 않은 감동이나 깨달음을 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쑥쑥 자라고 있음을 느껴요. 죽음에 대해서는 아이와 깊이 있게 대화한 적이 없는데 이 책은 죽음을 주제로 한 내용이라서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아주 안 좋은 말습관, "~ 죽겠다.", "~ 죽을 것 같아.", "~ 죽고 싶어!"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싫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늘 죽음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상상조차 하기 싫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크나큰 상실감과 슬픔을 주기 때문에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네요. 아이들에겐 이러한 감정을 겪게 하고 싶지 않지만 죽음을 우리가 어찌할 수 없으니 미리 준비할 수밖에 없네요.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삶은 고통의 바다라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그 바다에서 행복을 찾아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죽음은 우리의 삶은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열어야만 하는 비밀의 방 같아요.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를 그 비밀의 방으로 초대했네요.
"죽음을 생각하다 보면 슬플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어쩔 땐 호기심이 일거나, 심지어 재미있을 수도 있답니다! 작가인 우리는 이 책을 쓰고 그리면서 그와 관련된 많은 경험을 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죽음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묘지와 봉안당을 방문하고, 죽은 사람들을 찾아보면서 우리의 인생 마지막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요. ··· 우리가 이 책을 쓰는 동안 계속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책을 쓰다 보면 우리가 쓴 내용을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었죠. 우리는 쉬어야 했어요. 그럴 때면 자연을 찾아가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제일 좋았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언젠가 우리처럼 '이제 그만 생각하자!'라고 느낄 수 있어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이나 가까운 친지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그 죽음의 기억이 무척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냥 이 책을 덮으세요! 나중에라도 언제라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저 죽음과 그 과정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랍니다!" _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 앙케 쿨 (12-1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