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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 이정하
  • 15,030원 (10%830)
  • 2025-01-31
  • : 26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드라마 속 대사로 유명하죠. 극 중 외도한 남편의 뻔뻔한 외침이 아니었다면 전혀 다르게 해석했을 거예요. 말 자체로 보면 틀린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말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사랑'이라는 단어 사용이 부적절한 거죠. 사랑이란 무엇이냐고, 그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책이 있어요. 25년 전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책, 이정하 시인의 산문집이 2025년 새롭게 다시 나왔네요.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은 이정하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책머리에 1998년 초판, "사랑한다는 것은 그녀의 말처럼 외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은 충분히 견딜 수 있으나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 못내 괴롭다는 사람들. 이 책은 그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사랑하지 않아야 할 대상을 혼자서 외롭게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 다시 펴내며 2025년 1월, "이 책을 낸 지 25년이 지났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믿고 싶다. 말을 짧게 하려 애쓰고 있다. 나이 들었다는 표시를 내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이 책 또한 가능한 한 짧게 정리한 것도 그 때문이다." (7p) 라는 저자의 말이 나와 있어요. 이 책은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시인의 생각들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읽는 내내 시인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사랑이란 뭘까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어디선가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글을 읽었는데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영원불변한 사랑은 신기루 같은 것이고, 우리에겐 사랑하는 삶이 존재한다는 것. 머릿속으로만 꿈꾸는 건 사랑이 아니라 상상일뿐, 사랑한다는 건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는 일이 아닐까요. 시인이 말하는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란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빠질 때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다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겠지만 상대방이 내 마음을 거절한다면 혹은 상대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괴롭고 슬프겠지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만 둘 수 없으니 견딜 수밖에요. 그래서 시인은 "사랑은 영혼을 앓는 자의 몫" (21p)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불행하게도 요즘 세상은 소유욕과 집착을 사랑으로 둔갑시켜 사랑의 본질을 해치고 있네요. 그러니 사랑이 뭔지 모르겠거든 욕심을 내려놓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기를 바라네요. "사랑은, 뭐니 뭐니 해도 무엇을 받으려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주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냇물이 바다에게 자신의 온몸을 내던지듯 자신의 존재마저 주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138p)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게 진짜 사랑이고, 줘놓고 대가를 바란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거예요. 자신을 속이지 말 것, 모두를 속일 순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모를 수는 없으니 사랑한다면 그 마음을 따를 것. 사랑 없이는 그 무엇으로도 마음을 다 채울 수 없으리... 사랑하지 않고서 살아갈 자신이 없네요. 그 마음이 시인의 짧은 글을 통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사랑이 무엇인가를 배웠네요.

"우리에게 괴로움을 가져다 주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사랑을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고뇌가 우리를 따라다니며 떨어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괴로워하는 모든 원인은 바로 우리에게 있다. 사랑에 대한 모든 장애물은 남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리하여 사랑이 우리를 괴롭게 한다면 거역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설 일이다. 그래서 얼마나 감미로운지도 맛볼 일이다. 사랑할 대상이 없어 덤덤한 것보다는 차라리 고통스럽더라도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102p) 라는 글의 제목은 '단 하나의 행복'이에요. 진정한 행복이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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