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딸 민주와 함께하는 8박 9일 '민주주의와 법' 여행 첫째 날!
오늘은 서울 용산구 곳곳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공권력을 상징하던 공간에서
민주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난 민주화운동기념관에 방문할 예정이에요." (13p)
《변호사 아빠와 떠나는 민주주의와 법 여행》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수업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년 이맘 때였다면 방학 동안 어떤 체험활동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했을 텐데, 지금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중차대한 시기인지라 관심사가 달려졌네요. 영화 <서울의 봄>을 함께 보고 나서 계엄령과 군부독재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2024년 비상계엄 사태를 겪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교과서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는 3권 분립이나 민주주의 제도를 벗어난 이상한 계엄령을 경험하면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와 동기가 분명해졌네요.
이 책에서는 어느 변호사인 아빠와 현실 정치에 대해 궁금해하는 딸이 등장하여 8박 9일 '민주주의와 법' 여행을 하며 나누는 대화가 핵심이네요. 중고등학교 교과서 연계 단원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를 탄생시킨 다양한 장소를 견학하며 주제와 관련된 궁금증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첫 날은 민주화운동기념관, 둘째 날은 헌법재판소, 셋째 날은 청와대와 경복궁, 넷째 날은 국회의사당, 다섯째 날은 국립 4ㆍ19 민주 묘지, 여섯째 날은 일상생활을 다루는 민법과 연계하여 경제 활동의 중심지인 대형마트, 일곱째 날은 서울 중앙 지방 법원 근처에 있는 아빠의 법무 법인 사무실, 여덟째 날은 법원의 형사 법정, 아홉째 날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념관을 가는 일정이에요.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을 통하여 헌법의 규범력을 보장하고,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여, 국가권력의 남용을 통제하는 특별법원으로, 법률의 위헌심사, 탄핵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쟁의에 의한 심판ㆍ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 중인 탄핵심판은 탄핵대상 공직자가 저지른 법위반의 중대성을 확인하는 심판절차예요. 이에 따라 헌재에서 다퉈야 할 쟁점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행위,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포고령 발령행위, 포고령에 따라 국회에 경찰력과 군병력을 투입시킨 행위, 선관위에 군병력을 투입시킨 행위,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등을 체포하려고 계획한 행위가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는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근데 헌재 출석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를 했니,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발언했으니 자신의 내란 혐의를 전부 부인한 거예요.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고 정치인과 법조인, 언론인 등을 불법적으로 체포, 구금하려고 계획한 것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파면 사유가 명백한데,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흔드는 여당 지도부의 행태는 볼썽사납네요. 계엄령 선포 이후 즉각 국회로 달려와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과 본회의를 소집한 국회 덕분에 비민주적인 권력, 폭력적인 권력을 막을 수 있었네요.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배신행위라며 저항할 수 있었던 건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에요. 아이들 입장에서 정치는 관심 영역이 아니지만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된 대한민국에서 이제는 정치가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와 법을 배우는 특별한 여정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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