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으로 한을 푸는 한의 민족
임소운 2026/10/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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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내가 쓰기 보다는 남이 쓰는 영어에 기죽던 시절에도 영어보다는 욕을 더 못했기에 오히려 욕은 영어로만 했던 아이러니가 있었다. 그 말은 곧 지금 세계인이 욕은 한국어로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바꿔볼 수 있겠다. 크레이지 비치 세대(?)인 ‘라떼’와 달리 지금은 K콘텐츠가 전세계로 스트리밍되는 정도를 넘어서 순위권을 씹어먹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등장하는 지미 양의 ‘ㅆㅂ입니다’ 영상을 이미 봤을 정도로 나의 알고리즘은 영어문화권에 파묻혀 있으나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이런 것이다. K팝, K드라마, 한국어에 관한 이야기. 물론 단골 쇼츠는 거의 <브리저튼>의 베네피 커플이 점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원어민인 우리는 한국어 욕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내가 영어 욕을 썼던 건 한국어 욕이 (촌스럽거나) 여성,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위주였기 때문이다. 댐이나 쉿은 훨씬 가볍다. 미국 영화/드라마를 자주 접한 이들이라면 중간 정도의 낭패감을 표현할 때 굳이 ㅆㅂ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미국병이 거의 완치되어서 나도 ㅆㅂ을 쓴다. 거의 ㅅㅂ에 가깝지만 그래도 ㅆㅂ은 ㅆㅂ이다. 이 무슨 어긋난 한글사랑이란 말인가.
미드에서 만난 크레이지 비치 역시 이제는 그냥 ㅁㅊㄴ 또는 ㅆㄴ이 되었다. 물론! 당사자를 이렇게 불러도 될 정도로 가깝고 허물없는 관계는 만들지 않는다? (내가 듣기 싫으니까 ㅋㅋ) 하지만! 21세기의 ㅁㅊㄴ과 ㅆㄴ은 20세기의 신여성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들이 제지하거나 깎아내리는 언행일지라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번역이 잘 안되는 동사로의 비칭도 있다. 나는 이걸 ㅆㄴ짓으로 번역하는데, 당찬 여성이나 닮고 싶은 여전사를 존경과 칭찬의 의미로 ㅆㄴ(?)이라고 (뒤에서?) 부르는 것과는 다르다.
책에는 여자처럼 투덜거리는 행위를 비칭이라 표현한다고 했지만 여성비하적인 의미 외에도 여초 커뮤니티(역시 미드라 이 책에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은 <가십걸>을 필두로 하는)에서 이간질하고 되도 않는 정치질을 하는 행위가 ㅆㄴ짓 또는 비칭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건 남자들도 만만치 않지만 남자에게 쓰면 여혐표현이 되므로 주의하자.) 물론 욕도 영어도 완전히 번역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쨌든 영어표현까지 한번에 정리해주는 한국 욕의 기원! 아니, 한국 영화/드라마를 통해서 한의 민족이 욕으로 한을 푸는 뉘앙스를 단어 단위가 아닌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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