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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운님의 서재
  • 정물화 속 세계사
  • 태지원
  • 15,300원 (10%850)
  • 2025-03-13
  • : 625
콜럼버스는 1506년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믿었다. 콜럼버스의 죽음 이후 탐험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두 차례 항해한 끝에 그 땅이 유럽인들이 몰랐던 새로운 대륙임을 확인했고, 신대륙은 아메리고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카로 불리게 됐다. -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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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바뀌면 역사도 바뀐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제2사분면은 인구론을 주장한 경제학자 맬서스나 미래학자들의 예상과 다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는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드러나야 할 것이 많은 현대사는 물론 오래전의 혁명도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금도, 앞으로도.

<정물화 속 세계사>는 다수의 미술에세이를 집필한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가이자 사회교사인 태지원 작가의 본업과 덕심이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읽어본 <그림의 말들>이나 평소 그녀의 브런치와 인스타를 통해 알고 있던 목소리보다 조금 더 단호한 역사이야기. 저서 목록을 통해 경제학을 쉽게 해설하는 능력자임을 예상했는데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미술에세이보다 역사 교과서에 가까운 이 책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다.

​메트로폴리탄과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나도 모르게 심취했던 해골과 오렌지 속살, <그림의 말들>에서 본듯한 튤립, 미국화가 그림에 등장한 게 신기해서 공들여 조사한 청화백자, 아메리고 등장 이후로 예상된 대서양 무역의 주요 상품인 설탕, 커피, 초콜릿 등 정물화의 주요 소재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을 고찰한다. 또 한 권의 연관추천작이 떠오른다.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대구 Cod>라는 책이다. <대구>를 통해 아메리고와 대항해시대와 대서양 무역을 거의 처음으로 정주행하고 있었다. 분량에 비해 잘 읽히지만 완독할 타이밍을 계속 놓치던 와중에 <정물화 속 세계사>가 추월했다. <대구>에 등장한 대구, 설탕, 노예무역을 리마인드하게 됐다.

​직접경험은 아니어도 한국인으로써 식민지 경험에 무감할 수 없다.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선주민과 문명이 초토화되고 아프리카 대륙을 쥐어짜 배를 불려온 유럽 중심의 세계사는 계속 재평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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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봉건사회의 신분제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거래하고 무역을 하면서 돈을 모으던 이들을 부르주아라 한다. 부르주아는 프랑스어 'bourgeois’에서 유래한 말로, '성bourg 안에 시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당시의 도시는 대부분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부르주아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도시는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흑사병으로 인구가 감소하자 도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도시는 지속적으로 이주민을 끌어들여야 했다. 이에 장원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도시로 이동해 새롭게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생겼다. -23p


루이 14세의 낭트칙령 폐지는 프랑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림 50>은 낭트칙령 폐지 이후의 상황을 보여준다. 가톨릭교도로서, ‘드래곤’이라는 소총을 가지고 다녀 용기병dragonnades 이라고 불린 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개신교도의 집에 밀고 들어가 갖은 악행을 벌이며 개종을 강요했고 무자비한 박해를 일삼았다. -141p

부르주아들은 혁명에 함께 참여했지만 모두가 동등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내고 재산을 가진 사람만 가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농민들, 노동자계급은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얻지 못했다. -194p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3퍼센트를 차지하는 제 1위 카카오 생산국이다. 그러나 초콜릿의 대표 원료 생산지인 이 나라의 카카오 농장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터무니없이 적다. 1000원짜리 초콜릿을 판매한다면 카카오 농장에 돌아가는 수익은 20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80원은 허쉬나 네슬레처럼 초콜릿을 생산하는 다국적기업이나, 중간 유통업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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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뿐 아니라 다양한 그림을 통해 역사적 사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알쏭달쏭한 미술, 역사, 경제학 용어를 확인하면서 책과 지식, 예술의 힘을 충전해보자.

(아트북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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