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읽었다. 흥미와 교훈과 심지어 책을 읽는 사명감까지 느낄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무슨 사명감으로 살고 있으며, 이 책을 읽고 어떤 사명감을 다시 확인하는가... 하는 지극히 형식적인 독후활동을 했으니까.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해야 할 배경을 짐작하노라니, 어지간히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잘못된 대목이 발견된다면 그만큼 현실성이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소설의 개연성도 보편성도 줄줄이 무너질 것이고, 결국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소설이 허구이기는 하지만 소설만큼 현실성을 완벽히 요구하는 허구도 없을 테니.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 관계를 꾸며 내기 위한 배치가 절묘하다. 이게 아마 추리소설의 기분이겠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간절함, 어쩌다 혹은 우연히가 아니라 꼭 그렇게 해야만 하도록 맞춰진 동기. 그러니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어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의사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인간 질병의 30%도 채 알아낼 수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의사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의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다 알아내지 못한 70% 영역의 환자들은 운에 맡기는 것일까, 의사를 믿는 것일까. 의사는 속으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소설이면서 소설 밖 우리의 삶의 영역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글이다. 작가의 관심은 참으로 넓기도 하다. 기술부터 마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 건드리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소심하게 다짐하게 되는 게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알고도 모르고도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 복수심은 의외로 하찮은 것에서 시작될 수 있으니까. (y에서 옮김201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