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다. 불안한 시대, 불안한 세상, 불안한 사람들, 온통 불안하다, 불안해 보인다. 아니, 아닌가,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늘 그대로였는데 사람만 달라져서, 나만 적응하지 못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인가, 온통 어수선한 마음이라 골라 본 책이다. 읽는 동안에는 불안이 많이 사라졌다. 다 읽고 나니 원래대로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불안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를 내려놓은 후에 불안의 원인과 해법으로. 나는 둘 중 원인을 서술해 놓은 대목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해법이 궁금해서 펼쳤던 책인데 정작 해법에 대한 내용은 좀 시시했다. 작가가 불안의 원인이라고 여긴 네 가지 요소-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 불안과 남들의 불안이 차근차근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원인을 알게 되면 그 앎을 따라 해법은 대개 저절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내려놓지 못하는 욕망으로 인한 것들이었음을 확인하면서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심지어는 코로나19로 인한 이 불안한 사태마저도 부담을 줄이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워낙 유명한 작가라 달리 말할 것은 없겠고, 이름난 것에 비해 내가 읽은 작품은 별로 없다. 나는 좀 편견을 가졌던 것 같다.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여서.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이 정도로 내 불안을 다스려주는 작품을 쓴 사람이라면 잘난 사람이 맞았던 건데.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예술을 권한 작가의 의도가 탁월해 보였다.(종교는 아직까지 내게 너무 먼 핑계같기만 해서 말을 않겠다.) 왜 인류가 그토록 오랜 기간 기아와 싸워 오면서도 밥이 안 되는 예술 활동을 지속해 왔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삶이 힘들수록, 정신이 괴로울수록, 미래가 불안할수록 보이지 않는 마음의 바탕에서부터 힘을 키워 준 것이 예술이었으리라. 같은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의 불안도가 높다면 이들이 기댈 예술 세계가 그만큼 빈약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를 외부와 격리하게 되고 만 지금의 상황에서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 나가는지 내 자신의 마음 움직임을 잘 지켜보려 한다. 나, 좀 단단해진 것 같으니. (y에서 옮김20200224)
어떤 것-예를 들어 부나 존중-의 적절한 수준은 결코 독립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준거집단, 즉 우리와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조건과 우리의 조건을 비교하여 결정된다. 우리가 가진 것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중세 조상의 생활과 비교하여 판단할 수도 없다. 역사적 맥락에서 우리가 놀라운 번영을 이룩했다고 강조하는 소리를 들어봤자 전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오직 우리가 함께 자라고, 함께 일하고, 친구로 사귀고, 공적인 영역에서 동일시하는 사람들만큼 가졌을 때,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가졌을 때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P56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P57
루소에 따르면 부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우리가 가진 것에 만족할 때마다 우리는 실제로 소유한 것이 아무리 적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P78
우리는 조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대가는 우리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달라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P80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P130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P134
그녀의 섬세한 영은 여러 사람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그녀의 본성은 지상에서 위대한 이름을 가지지 않은 통로들을 통해 발현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끝없이 멀리 퍼져나갔다. 세상의 선은 역사적으로 거창하지 않은 행동들 덕분에 확장되기 때문이다. 당신이나 나나 더 나쁜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았던 것은 반은 드러나지 않은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다 지금은 사람이 찾지 않은 무덤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P175
존 드라이든의 말을 빌리면, "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악의 교정"이다.- P210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것일 수도 있다.-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