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바람개비님의 서재
  •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 헤르만 헤세
  • 10,800원 (10%600)
  • 2001-10-30
  • : 858

정원을 갖고 꽃과 나무를 키우는 일은 사람이 자연을 소유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아직까지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키워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원을 가꾸는 기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흙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말로 들을 때만 낭만적이겠거니 하고 여길 뿐, 정작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들지 않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도 정원을 가꾸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마당이 넓은 시골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기는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어디 웬만큼 어려운 일이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나로서는 좀처럼 마당에 꽃이나 나무를 심고 키우는 일이 내키지 않는 상태이지만, 이제는 비워 둔 마당 한쪽에서부터 생명을 피워올려야 하게 된 처지에 이른 것이다. 그게 상추든, 고추든, 금잔화든, 봉숭아든. 이 책을 쓴 헤세는 참 많은 꽃과 나무를 키웠다. 그 하나하나에 대한 헤세의 애정도 따사롭기 그지 없다. 나도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시를 쓰는 헤세, 나무에 물을 주는 헤세, 자신이 키우는 꽃을 그림으로 그리는 헤세. 그 동안 소설로만 알아온 헤세라는 작가에 대해 새로운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토록 맑은 소설을 쓸 수 있었구나. 학생 때 읽었던, 지금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 헤세의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이 여운으로 남아 이 책의 곳곳에서 새로 배어 나오는 느낌이다.

어느 새 나도 어른이 된 모양이다.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이 옛날처럼 마냥 두렵고 귀찮지만은 않다. 이러다가 보면 나무와 꽃들에 깃들여 사는 벌레들도 어여쁘게 보이게 될까, 헤세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사를 하고 봄이 되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될 것만 같다. (y에서 옮김20020114)

[인상 깊은 구절]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