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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플로리안 일리스
  • 27,000원 (10%1,500)
  • 2024-06-10
  • : 1,183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는 일에 실패했다. 다 못 읽었고 제대로 못 읽었고 앞으로도 안 읽게 될 것 같은 책. 오랜 나의 책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책인데 어긋났다. 이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쉬운데, 아쉬움의 대상이 책이 아니라 책친구의 의도에 이르지 못한 점이 문제이지만.(소개를 못 받게 될까 봐.)


책의 시작은 신선해서 괜찮았다. 자잘한 에피소드를 길지 않은 분량으로 소개해 주는 듯한 구성. 이러다가 언제 본문으로 들어가나? 뒤쪽을 넘겨 보니 같은 형식이다. 흠, 이런 방식으로 계속 전개해 나간다고? 읽다 보니 앞에 언급했던 인물의 새로운 연애 사정이 다시 나온다. 끊어 읽기가 되는 것인가? 내 기억력은 어떻게 하지? 점점 헷갈린다. 앞에 나왔던 그 사람의 사정은 무엇이었지? 누가 누구와 연인이었던 거지? 에잇...


책 옆에 공책이나 메모지를 두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글, 사람이 바뀌면 메모지도 바꿔 가면서 다시 정리하며 읽으면 좋을 글, 끝도 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개별적인 관심을 갖고 그들의 미친 사랑을 신기하게 여기며 읽으면 재미있을 글. 나는 이 쪽이 아니었던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사람들은 아직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을 모르고 살았겠지만, 증오의 시대였겠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사랑이나 실컷 하고 살자? 이 사랑이 남들 보기에 미친 사랑 같을지라도? 


그래서 서서히 읽기를 포기했다. 서서히라는 말은 책장을 천천히 끝까지 넘겨 보았다는 것. 넘기다가 아는 이름이 나오면 잠시 들여다보고 금방 다시 잊고. 이렇게 하면 읽은 것일까, 안 읽은 것일까, 나는 이 글을 써도 되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좀 더 젊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독서 마인드맵을 한창 활용하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거대한 인물 지도처럼 만들어 볼 수도 있었겠는데.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사랑과 그들의 작품까지 다 정리되어 있는. 지금은 생각만으로도 딱 귀찮아져서.


취향과 정서에 맞는 독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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