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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공무도하
  • 김훈
  • 12,600원 (10%700)
  • 2009-10-06
  • : 8,551

<이 책을 읽고 머리에 새긴 낱말 셋>


비루하다 - 행동이나 성질이 너절하고 더럽다.


  * 너절하다 - 허름하고 지저분하다. 하찮고 시시하다.


던적스럽다 - 하는 짓이 보기에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


 

슬픈 소설이었다.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눈물도 메마르고 문체도 메마르고 읽는 내 숨소리조차 메말라버리는 소설이었다. 책 속에는 온통 물, 홍수, 습기, 바다로 가득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 책 바로 밖은 더할 수 없이 건조하고 팍팍하고 거친 공기뿐이었는지.  


슬퍼서 슬프다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면서 읽게 되는 글이었다. 눈물이 솟으면 어쩐지 미안해질 것 같았다. 정작 슬픈 삶 속에 풍덩 빠져 있는 사람들은 눈물도 없이 견디면서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다지 슬프지도 않은 주제에 넘치는 주제에 남 슬픔 조금 엿보고서는 눈물 핑그르르 맺히는 것에 가소롭다고 할 것 같았다. '네가 슬픔을 알아?' 


공무도하가로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한번도 슬픔의 깊이나 결을 말해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느낌마저 제대로 전달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건너지 말라고 했으나 기어이 건넜던 그 절대적인 간절함을 한번도 내가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까지 남의 삶을 이해할 수 있노라고 나 자신을 속여 왔던 것이리라. 진심으로 내 것처럼 여겨본 적도 없었으면서. 


소설가의 힘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나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이 지닌 슬픔 몇 쪽을 맛보았다. 맛본 것일 뿐이다. 그것도 혹시라도 나에게 그런 슬픔 한 쪽이 떨어질까 두려워 멀찍이 떨어져 나온 거리에 서서. 나는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고도 동정한다고도 위로한다고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많이 비겁하고 소심하고 이기적이며 남과 나를 동시에 속일 줄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오래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고, 그래서 양심의 가책 같은 것에 조금 시달리게 될 것 같아 그렇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안 해도 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핑계 대는 자신이 한심해서 그렇기도 하고, 이 땅의 가여운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아픔이 불쑥불쑥 안에서 밖으로 삐져나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때마다 작가를 원망했다가 고마워했다가 그럴 테지.  


좋은 소설은 이런 소설이다. (y에서 옮김200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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