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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딸에 대하여
  • 김혜진
  • 12,600원 (10%700)
  • 2017-09-15
  • : 13,762

나는 우리 엄마의 딸이고, 내 딸의 엄마다. 엄마는 동생 집에 계시고 딸과는 함께 살고 있다. 내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은 내가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닿아 있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관심을 갖든 간섭을 하든,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독립적이든 의존적이든 어떤 경우에 해당하든.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엄마와 딸을 머리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지독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화자는 엄마다. 엄마가 딸에 대하여 말하는 내용이다. 나는 내 나이와 비슷한 엄마인 화자에게 이입된다. 그리고는 내 딸 쪽으로 생각을 쏟으며 소설 안과 밖을 오간다. 내가 딸이 되어 내 엄마를 떠올리는 쪽으로는 좀처럼 나아가지지가 않는다. 나 역시 화자와 비슷한 고집을 피우는 엄마일 수밖에 없어진다. 

 

소설에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제들이 여러 차원으로 펼쳐진다. 크게는 여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성소수자나 노인 문제, 취업 관련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등장인물인 엄마와 딸과 딸의 파트너에게서 비롯되어 나타나는 걸로 설정한다. 하도 일반적인 문제들이라 현실에서 이들 중 하나라도 연결되는 게 없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이 소설을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소설 속 문제는 늘 그랬듯이 당대에는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을 소설이 맡아 주는 덕분에 우리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다고 믿는 쪽이지만. 이 소설에서도 해결 방법은 찾지 못했다. 엄마와 딸이 서로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엄마는 딸에 대하여 할 말을 다 한 건가?   

 

모처럼 내 몫으로 남는 답이 크게 와 닿는 소설을 읽었다. 나는 내 딸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나, 딸에게는 무엇이라고 하나, 내 삶과 딸의 삶을 얼마나 일치시키려고 하나, 무엇보다 딸은 이런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러다가 한편으로 내 엄마는 딸인 나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인가, 나는 어쩌자고 엄마 생각을 딸 생각의 절반도 못하고 있나, 결국은 엄마와 딸 사이에서도 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중적인 인간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건가.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개운한 소설이 아니다. 다 읽어도 다 읽은 느낌이 들지 않는 소설이다. 딸은 딸대로 여전히 저항하고 있고 엄마는 엄마대로 여전히 변명하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은 살 만하다고 하지만 세상에 사람보다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고도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도 세상은 참 힘든 곳이고 사람은 정녕 독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정직한 자신을 만나는 일이 이리도 어려운 일이란 말인지. (y에서 옮김201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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